"‘기차보다 싼 비행기’, ‘기내식도 지정좌석도 없는 비행기’. 이른바 ‘저가항공’이라 불리는 LCC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정가 200달러 티켓이 출발 직전 50달러로 떨어지는 현상은 이전까지 저가항공사를 체험하지 못했던 한국인들에게 충격과 환희를 선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땡처리 티켓이 저가항공의 탑승률 부진을 반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05년 첫 LCC가 등장했다. 티웨이항공의 모기업인 한성항공으로 2006년 첫 취항한 제주항공보다 약 1년 앞섰다. 각 항공사는 청주와 김포를 기점으로 증편과 운항중단을 반복했으나 기존 항공시장의 틈새에 파고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선 번거로운 수속과정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행기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LCC는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렸다. LCC의 저가 하드블록은 국적사 하드블록을 위협하기 이르렀고, 치열한 저가경쟁은 비단 LCC만의 전쟁이 아니라 시장 전반의 가격 저하로 이어졌다. 최근 말레이시아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저가 하드블록과 경쟁을 벌여 무리한 저가 하드블록을 판매하다 결국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에서 빠지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과연 LCC는 여행업계의 독일까 약일까. LCC의 입장에서는 그간 독과점을 행사했던 국적사의 요금 거품을 빼고 합리적인 가격을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 ‘요금혁명’으로 인해 더 많은 수요와 공급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LCC의 말대로 줄어든 수요만큼 공급도 늘어났을까? 혹여 늘어난 공급을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박리다매’ 경쟁으로 치닫지는 않을까?

2012년이 들어서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LCC의 증편과 단항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부산-세부 노선을 접고 인천-마닐라 취항을 추진 중이다. 에어부산은 여전히 부산-세부 노선에 남아 활약하고 있다. 2012년, 이 약육강식 무림 속에서 살아남는 쪽은 누가 될 것인지 LCC의 행보에 더욱 주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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