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를 떠나 현재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여러 여행사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었고, 실제 그가 만들었던 상품은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회사를 떠난다고 했을 때 여행사 동료의 반응은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떠나고 싶다”였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여행사 직원의 상당수가 여행업에 오래 몸담을수록 삶이 피폐해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지어 몇몇 여행인은 “여행사는 기업이 아니다”고 말한다. 직원이 한두 명에 불과한 영세 여행사는 물론이고 대형 여행사로 묶이는 곳도 마찬가지다. 업계 선두라는 하나투어, 모두투어도 타업종의 회사와 비교해보면 지위가 낮은 게 사실이다. 소비자조차 여행을 항공권과 호텔방만 얻으면 끝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여행사의 업무를 하찮게 여기곤 한다.

결국 여행사는 내외부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데는 야근, 낮은 임금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한몫한다. 현실적인 조건이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여행업계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업계의 자부심 고취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이라면 물적, 인적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대다수 여행사의 시야는 상당히 근시안적이기 때문이다. 항공사, 호텔 등에게 간혹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 여행사 자신도 랜드사, 가이드, 인솔자 등에 고통을 전가하는 행태를 보인다. 상생 지수가 낮다 보니, 함께 목소리를 내는데 취약할뿐더러 자본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여행업계 침투하는 거대한 힘을 방어하지도 못한다.

아직도 여행업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망 직종으로 불리며 다방면의 우수 인재들이 입사를 희망한다. 세계를 배경으로 일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모 여행사의 채용공고 문구처럼 ‘세계로 출근하는 사람’으로써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여행인을 종종 만난다. 그들은 특정 지역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상품을 홍보·마케팅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 같은 ‘여행 전문가’를 키우는 여행사가 늘어나고 여행 전문가가 좌절하지 않는 환경이 구축될 때 여행사도 기업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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