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네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 서부 관광전 고웨스트서밋(Go West Summit)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관광전에서 만난 미국 측 셀러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은 뜻밖에도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대변하는 지역과 관광 상품을 볼펜, 인형, 메모지 등 다양한 소품으로 홍보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예외 없이 ‘메이드 인 차이나’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이후로 중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상품을 찾기 어렵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터라 중국산 소품을 선물로 받는 것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정작 선물을 건네는 미국인은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초대강국 미국에는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가 옮겨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그 위기감이 중국산 소품을 외국 바이어에게 줄 수밖에 없는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각 주에서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를 되찾자는 운동에 불이 붙었고 단 한 개의 중국산 상품도 갖다 놓지 않는 ‘차이나 프리’ 마켓도 생겼다. 미국산에 목마른 미국인들이 미국에서밖에 만들 수 없는 상품, 바로 관광산업에 눈을 돌린 것인 필연적인 일이었다.

지난 2010년 미국은 최초로 여행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투자하고 기획하기 시작했다. 여행진흥법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미국은 재빨리 민관이 협력한 여행진흥공사를 세웠고 향후 10년간 약 1010조원의 수익 창출을 기획했다. 미국은 관광 산업이 어떻게 경제를 활성화하는지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지 꼼꼼히 분석하고 있었다. 비자면제프로그램과 맞물려 미국에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일 플러스 성장세여서 관광산업이 미국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가득했다.

규모가 작은 관광전임에도 활기가 가득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민간 기업의 정확한 목표, 민간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연방 정부 간의 시너지가 외국인의 눈에도 포착됐다. 비록 아직은 중국산 볼펜을 주며 부끄러운 기색을 감출 수 없는 그들이지만 이내 목표를 달성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는 ‘미국의 힘’이 부러운 순간이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