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79만명이었다. 호텔 객실이 부족해 유치하지 못한 수요를 감안하면 사실상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분명 기념비적인 일이지만 주요 관광지인 서울의 호텔 공급력은 앞으로도 당분간 방문객 숫자를 쉽게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항공사, 여행사, 해외 유수의 호텔 체인들이 속속 리모델링, 신규 개장 또는 호텔업 관련 사업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어떤 움직임이 있고 어떤 계획이 진행 중에 있을까. <편집자 주>



-여행사·항공사 등 호텔업 진출 중
-세계적인 호텔체인 개장도 임박해
-“무조건이 아닌 신중한 투자 필요”

■호텔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향후 관광호텔 확충이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월26일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하고 오는 7월2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2015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관광숙박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와 관광호텔 건립절차 간소화 등을 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시설을 호텔시설로 변경할 경우에도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세계적 호텔체인 브랜드와 계약한 경우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따라서 평소 많은 규제 때문에 호텔업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던 업체의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여행업계의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된 상태다. 인바운드도 함께 담당하는 여행사 입장에서 폭증하는 해외여행객을 가만히 보고만 있기가 오히려 어려운 일.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쇼핑을 목적으로 오지만 턱없이 부족한 객실 때문에 마치 무허가 여관과 진배없는 곳에서 숙박한 후 졸린 눈을 비비고 서울 시내로 들어오고 있다. 이는 곧 여행객의 만족도 저하나 미래 관광 산업 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신규호텔 증대는 환영할 일이다.

■여행사, 항공사도 가세해

모두투어는 지난해 2월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 아벤트리의 지분 24.4%를 인수하며 호텔 설립을 확정했다. 서울 종로구청 인근의 천마빌딩을 개조해 160객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며 자회사인 모두투어인터내셔날이 인바운드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모두투어는 기대하고 있다. 시공사는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며 객실 수는 당초의 160실에서 155실로 조정이 됐다. 전문성 보강과 초기 세팅을 위해 호텔운영업체인 HTC에 위탁할 예정이며 아벤트리는 앞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해 3~4개 정도의 호텔을 더 늘릴 계획 중이기도 하다.

모두투어 경영전략기획본부 이승 부본부장은 “비즈니스호텔인 아벤트리 종로는 3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해 7월 말에 완료 후 8월 중 개장할 예정”이라며 “옥상에는 스위트룸도 들어서는데 외국인 FIT수요 및 내국인 수요에 적절히 객실을 배분할 것이며 향후 관련된 내용은 아벤트리가 자체적으로 홍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역시 4월부터 본격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인사동 관훈빌딩을 향후 260객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로 오는 9월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모델하우스가 제작돼 공개된 상태이며, 호텔사업은 하나투어ITC가 전담해 진행한다. 주요 고객은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며, 국내 숙박객 유치에도 나선다. 호텔사업이 시작되면 하나투어의 실적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네트워크를 통하면 인바운드 모집도 수월하고 자사가 가진 호텔 요금의 탄력적 운용을 더하면 경쟁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서울 안국역 인근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에 지상 4층 규모의 7성급 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학교보건법에 막혀 불투명한 상태다. 유해시설로 규정된 호텔이 학교와 가까울 경우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서울시 교육청에서 반대하자 대한항공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가 유흥주점이나 도박 관련 시설이 없는 호텔은 학교 인근에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건설 계획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관광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학교보건법 규제와 상관없이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되는 만큼 추후 진행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인 호텔들까지…한편에선 신중론도

이미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많은 호텔사업 승인요청이 있었는데 30여곳은 확정돼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준공 예정인 호텔만도 총 24곳에 달한다. 이 경우 2015년까지 서울 시내의 호텔 수는 약 2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체인 호텔들도 앞다퉈 서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오는 6월 완공될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내에는 5성급 콘래드 서울호텔이 들어선다. 콘래드는 호텔그룹 ‘힐튼월드와이드’가 운영하는 최고급 브랜드이며 아시아에서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로 개장해 상징성이 크다. 38층, 434개의 객실 규모로 고급 레스토랑, 수영장, 헬스장, 스파 등을 가졌고 특히 여의도 금융중심지에 자리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인근에 있는 파크원 빌딩은 오피스, 5성급호텔, 쇼핑몰 등이 복합적으로 계획됐는데 이곳에 국내 최초로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룹의 크라운프라자 호텔이 2014년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서울 종로구 종로6가 동대문종합시장 앞 주차장 용지에는 메리어트 계열 중 최고급 브랜드인 JW메리어트가 올해 말 개장한다. 전체 10층 규모로 동대문을 찾는 중국이나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지난해 9월 개장한 쉐라톤 디큐브는 스타우드가 직접 운영하는 특1급 호텔로 총 19층 규모에 269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너도나도 호텔 사업에 눈독을 들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 방사능 유출, 한류 열풍 등의 요소로 한국관광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객실 점유율이 적절한 수준을 초과했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호황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여행업은 외부변수에 민감한데 향후 예기치 못한 환경적 영향에 따라 여행객이 감소할 수 있다. 만약, 수요가 줄어 공급초과 사태가 빚어지면 재고가 없는 객실의 특성상 가격 파괴 현상이 앞다퉈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현재에 기반한 ‘묻지마 투자’보다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A여행사 관계자는 “한 번 출렁였던 시장상황은 회복돼도 이미 가격을 서로 낮춰놓은 만큼 최고급 호텔 가격마저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며 “이 경우 관광객은 이왕이면 싸고 좋은 호텔을 먼저 선택하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호텔은 시장이 완전 활성화될 때까지 공급초과 현상에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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