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갔을 때, 관광지에 버젓이 적힌 엉터리 한국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실소를 하게 된다. 그러나 때때로 국제적인 행사장에서도 이 같이 잘못 표기된 영어나 한글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주최 측의 실수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 그렇게 낯 뜨거울 수가 없다.

최근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여수에서도 엉터리 표기 때문에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지판에 영문 철자가 틀리거나 잘못된 한자가 쓰이는가 하면, 한자표기 중에는 한자와 한글을 혼용해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KTX가 정차하는 여수엑스포역에 박람회라는 한자어 대신 엑스포라는 한글을 써 ‘麗水엑스포驛(여수엑스포역)’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외래어인 엑스포의 한자어가 없어 역명을 그대로 썼다”는 코레일 관계자의 말은 다국어 표기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여수세계박람회는 전 세계인이 모이는 글로벌 축제다. 106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며 총 800만여명의 관람객 중 외국인의 수는 약 55만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개최까지 약 80여일 남은 현 시점,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숙박 업소를 확충하고 도로를 확장하고 각종 이벤트를 벌이는 등 모든 분야의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수 앞바다를 중심으로 들어선 20개의 대형 전시관이 대부분 완공됐고 서울에서 여수까지 KTX 노선을 이용해 단 2시간57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작지만 세심한 ‘배려’다. 현재 여수세계박람회 홍보관 및 전시관에는 외국어표기가 되어 있어 여수세계박람회 관련 자료와 준비과정, 여수 관련 자료 등을 손쉽게 볼 수 있고 상당수 시설은 영어·일본어·중국어 자동통역장치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여수시 전역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여수 주요 관광지를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는 표지판, 한국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서, 외국인관광객을 대하는 친절한 서비스 교육이 있어야만 비로소 세계박람회 준비과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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