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소떼가 드넓은 평야 위에서 풀을 뜯고 있다. 당장은 소의 숫자에 압도될지 모르겠으나 이내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 앞에 보랏빛 소가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스 고딘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의 일부 내용이다. 세스 고딘은 광고의 홍수 속에서 기업이 어떤 참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지적한다.

현재 여행업계에 보랏빛 소는 없다. 얼마 전 모 일간지의 창간 기념호에는 주요 여행사의 상품광고가 몇 페이지에 걸쳐 실렸다. 그러나 여행사의 이름만 달리할 뿐 모두가 담합이라도 한 듯 똑같이 A지역 22만9,000원, B지역 69만9,000원 등 상품과 상품가만을 빼곡하게 실었다. 여행사의 이름을 뒤바꿔 놓아도 무관할 정도로 여행사의 광고는 특색이 없었다. 더구나 일반 소비자가 보는 신문임에도 몇몇 여행사의 광고에는 버젓이 직판, B2C라는 단어가 그대로 쓰여 있었다. 여행사 관계자는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들은 가격만 따진다”고 불평불만을 토로한다. 고객의 눈길을 돌릴 특별한 무기가 없는 여행사의 홍보방식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보랏빛 소가 쉽게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신 동향을 따라가는 몇몇 실무 담당자는 주변으로부터 “튄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눈앞에 보이는 수치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큰 그림 그리기에는 뒤처져 있다. 국내외 타 업종에서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큰돈을 들여서라도 사거나 연구하는 데 반해, 여행업계는 아직도 너무나 보수적이다.

세스고딘은 성공하는 기업의 공통점을 하나의 단어로 설명한다. 주목할 만한(Remarkable). 그들은 극도로 빠르거나 느리거나, 아예 고가를 취하거나 저가를 표방한다. 극단에 선 업체는 정체된 업체가 보기에 다소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시나브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간 것이다. 몇 년 사이 몰라보게 성장한 여행사만 돌아보더라도 그들은 극단에 서 있다. 파격적인 순간의 선택이 없다면 ‘복제품같은 소’로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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