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질 만큼 중대한 실수를 했다든지, 과거에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든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누구도 자신의 과거 없이는 살 수 없다. 현재는 과거의 선택이 누적된 결과일 뿐이다.
유독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CEO를 만난 적이 있다. 한 여행사 사장은 현재 A여행사를 운용하고 있지만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B여행사와 자신을 완전히 분리하는 사고를 갖고 있었다. 이력을 소개할 때는 과거 B여행사 근무 경력은 쏙 빼놓기 일쑤였다. 랜드사를 운영하는 한 소장도 비슷했다. 전 회사와 지금의 회사를 구분하는 데 열심히였다. 과거를 덮고 싶은 사장님들은 공통적으로 전 회사는 전근대적이고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반면, 지금의 회사는 글로벌하고 전도유망한 회사라며 언제나 비교 화법을 사용했다. 과거를 깎아내려야 현재의 자신이 빛나 보인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듯하다.
그들이 과거를 묻고 싶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회사가 과거 회사와 매우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고 현 회사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전 회사 출신이라는 사실의 정당성이 필요했다.
그들 스스로가 알 고 있을 것이다. 결국엔 아무리 부정할지라도 자신의 과거와 완전히 단절될 수 없다. 그들 역시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 ‘여행사’ 출신의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전 회사를 욕하는 건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는 자신에게 침 뱉는 꼴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감히 충고하고 싶다. 전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며 현재를 살아가면 어떠냐고. 쓸데없는 자기합리화에 자신도 타인도 지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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