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과거를 지우려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화차>가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남의 이름을 얻기 위해서 이름의 주인을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곤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고 누구인지를 깨끗이 지워버린다.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질 만큼 중대한 실수를 했다든지, 과거에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든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누구도 자신의 과거 없이는 살 수 없다. 현재는 과거의 선택이 누적된 결과일 뿐이다.

유독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CEO를 만난 적이 있다. 한 여행사 사장은 현재 A여행사를 운용하고 있지만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B여행사와 자신을 완전히 분리하는 사고를 갖고 있었다. 이력을 소개할 때는 과거 B여행사 근무 경력은 쏙 빼놓기 일쑤였다. 랜드사를 운영하는 한 소장도 비슷했다. 전 회사와 지금의 회사를 구분하는 데 열심히였다. 과거를 덮고 싶은 사장님들은 공통적으로 전 회사는 전근대적이고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반면, 지금의 회사는 글로벌하고 전도유망한 회사라며 언제나 비교 화법을 사용했다. 과거를 깎아내려야 현재의 자신이 빛나 보인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듯하다.

그들이 과거를 묻고 싶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회사가 과거 회사와 매우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고 현 회사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전 회사 출신이라는 사실의 정당성이 필요했다.

그들 스스로가 알 고 있을 것이다. 결국엔 아무리 부정할지라도 자신의 과거와 완전히 단절될 수 없다. 그들 역시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 ‘여행사’ 출신의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전 회사를 욕하는 건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는 자신에게 침 뱉는 꼴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감히 충고하고 싶다. 전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며 현재를 살아가면 어떠냐고. 쓸데없는 자기합리화에 자신도 타인도 지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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