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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이다. 만년설 덮인 알스프에 빨간색 산악기차가 기적을 울린 것이. 그리고 100년이 흘렀다. 이제 융프라우는 모두가 동경하는‘유럽의 지붕’이 됐다

■융프라우
현실 앞에서 느낀 비현실적 빛깔

융프라우와 융프라우요흐. 같은 곳일까? 내내 아리송했던 궁금증이 풀린다. 융프라우는 해발 4,158m의 산봉우리. 아이거(Eiger), 묀히(Monch)와 더불어 알프스 3대 봉우리로 손꼽힌다. 유럽에서 가장 하늘에 가까운 곳. 융프라우요흐는 묀히와 융프라우 산봉우리의 이음새이자 융프라우와 함께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Aletsch) 빙하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융프라우 일대의 경이로움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전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융프라우철도를 따라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이 바로 융프라우요흐역.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시는 만년설 위로 빨간색 산악열차가 오르내리게 된 지 올해로 꼭 100년이다. 1912년 8월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에 개통한 융프라우철도는 한여름에도 영하를 맴도는 추운 날씨, 최고시속 250km에 달하는 강풍, 눈사태와 폭풍 등 시시때때로 변하는 혹독한 자연조건을 이겨내고 장장 5,000km에 걸쳐 여행자들의 발길을 옮겨 준다.

살짝 어지러운 듯. 기차에서 먹은 샌드위치도 가슴팍에서 남아있다. 이런 게 고산병 증세인 걸까. 그럼에도 눈앞에 펼쳐진 융프라우는 바쁜 손짓을 한다. 급한 마음을 누르고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천천히 발을 뗀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스핑크스 전망대(Sphinx Observation Terrace)에서 첫인사를 하는 이는 노란부리까마귀, 알파인 초프(Alpine Chough). 지상의 비둘기, 기러기마냥 여행자들이 내민 과자 부스러기를 날름날름 잘도 집어먹는다. 전망대 벽에는 사랑의 열쇠들도 주렁주렁. 여기다 마음을 묶어두기보단 빨간 우체통에 마음을 적어 보내는 것이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높이 위치한 빨간 우체통이 있으니.



■감성적 첫 인사를 나누다
알파인 센세이션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얼음 궁전으로 이어지는 빙하 아래 터널에 융프라우철도 10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융프라우의 변화상을 아름다운 빛과 음악, 다양한 조형물로 새로이 연출한 알파인 센세이션(Alpine Sensation). 마침 개막식이 있는 날이었다. 맨 앞에서 테이프커팅의 순간을 축하했다. 운 좋게 테이프 조각도 받았다.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들이 여럿이다.

알파인 센세이션은 융프라우의 경이로운 모습을 4D 영상으로 보여주는 터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 아치형 천장에 화려하게 반짝이는 별 아래 스위스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모든 것이 소복이 모여 있는 초대형 스노볼이 동화 속 알프스를 재현한다. 여기서부터 무빙워크를 따라 융프라우철도의 개척자 아돌프 구에르첼러(Adolf Guyer-Zeller)의 개척정신과 터널 노동자들의 헌신을 살필 수 있는 갤러리가 이어진다. 바깥 날씨가 궂어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할 경우라면 이 알파인 센세이션이 더없이 위안이 될 듯하다. 그리고 갤러리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알레치 빙하의 20m 아래쯤에서 얼음을 쪼아 만든 조각 공원, 얼음 궁전(Ice Palace)이다. 빙하가 조금씩 움직이기에 주기적으로 지붕과 조각품을 다시 쪼아야 한다고. 융프라우의 경이로움뿐 아니라 자연을 향한 인간의 도전정신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스핑크스 전망대-알파인 센세이션-얼음 궁전으로 연결되는 융프라우요흐 여행의 절정은 만년설을 밟고 오르는 고원지대 하이킹이 아닐까. 입술은 점점 푸르스름해지고 무거운 몸마저 휙 날려버릴 것 같은 강한 바람이 시야까지 방해하는데도 꿋꿋하게 앞을 헤친다. 이따금씩 바람이 멈추면 믿기지 않는 알프스의 속살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슴이 확 트이다 못해 아주 강하게 한 방 훅 맞은 것처럼 거친 숨을 내뱉게 되는 느낌. 현실 앞에서 맞은 비현실적인 느낌과 그런 모습들이 끝없이, 끝없이. 너무 또렷해서 믿기지 않는. 이윽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순간을 맞이했다. 그렇게 자연으로 존재하는 내가 그곳에 서 있었다.

스위스 융프라우 글·사진=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융프라우철도 www.jungfrau.ch
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진행협조=동신항운(주) www.jungfrau.co.kr



■Clip.
무제한이라 즐거운
융프라우 VIP패스

융프라우 지역은 유레일패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융프라우 지역을 효과적으로 여행하려면 융프라우철도의 모든 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융프라우 VIP패스가 제격. 30개의 리프트와 160km 슬로프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리프트 권은 하이킹과 스키 등 융프라우의 다양한 레저 활동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3일 일정으로 개별 비용은 416스위스프랑, 3일 VIP 패스를 이용하면 195스위스프랑에 불과하다. 단, 클라이네 샤이덱-융프라우요흐 구간은 1회 왕복. 쉬니케 플라테 식물원 무료입장권, 피르스트 플라이어 무료탑승권을 비롯하여 패러글라이딩, 마차, 슈 레스토랑 퐁듀 세트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요금 2일 VIP 패스는 175스위스프랑, 3일 VIP 패스는 195스위스프랑 기간 2012년 4월21일~10월21일(쉬니케 플라테 등 일부 구간은 5월17일부터) 문의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 동신항운(주) www.jungfrau.co.kr 무제한 구간 인터라켄-라우터부룬넨/ 그린덴발트-클라이네 샤이덱 그린덴발트-피르스트(곤돌라), 그린덴발트-맨리헨/벵엔(케이블카) 라우터부룬넨-그러취알프-뮤렌, 빌더스빌-쉬니케 플라테, 인터라켄-하더 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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