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미국 연방 관광청 브랜드 유에스에이(Brand USA)의 한국 대행사가 아비아렙스마케팅가든으로 결정됐다. 아비아렙스는 최근 라스베이거스관광청의 한국사무소 역할까지 맡으면서 미국 시장을 독식한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관광 마케팅 분야도 글로벌 기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관광청 분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항공 전문 총판업체 중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과 제휴를 맺고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아비아렙스마케팅가든, 미국 관광청 도맡아
-샤프-DWT·미방-CWW 등 글로벌 제휴 활발
-한국계 대행사, 틈새시장 찾아 열띤 각축전

■최근 대형 비딩마다 잇달아 승리

일본에서 관광마케팅 전문회사로 출발한 마케팅가든(Marketing Garden)이 한국에 진출한 것은 하와이관광청의 한국사무소를 맡은 2004년이다. 이후 마케팅가든은 독일을 기반으로 유럽, 미주에서 항공·관광 GSA를 전문으로 하던 아비아렙스(Aviareps)와 2007년에 합병한 뒤, 성장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마리아나관광청, 캘리포니아관광청, 라스베이거스관광청 등 굵직한 관광청의 한국 대행사로 선정됐고, 오는 6월부터는 미 연방 관광청격인 브랜드유에스에이의 한국사무소 역할을 맡게 됐다. 이외에도 항공, 아웃렛·면세점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관광 마케팅 전문회사로서의 사업 다각화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부분의 외국 관광청은 지사 형태 혹은 1개국을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가 맡고 있는 상황에서 아비아렙스의 이같은 성장세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다. 몇 년 전까지 여러 관광청의 대행 업무를 맡던 업체 중에는 최근 그 입지가 축소된 회사들도 있고, 일부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결국 관광청 업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여행사도 클라이언트 공유

아비아렙스가 고속 성장을 이룬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호기를 맞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전세계에 40개의 지사를 가지고 있기에 정보력에서 큰 이점을 갖고 있으며, 축적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같은 글로벌 관광 비즈니스는 관광청 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아비아렙스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커넥트월드와이드(Connect worldwide)라는 미국의 관광 전문회사와 제휴를 맺은 미방항운(대표 홍찬호), 디스커버더월드마케팅(Discover the world marketing)과 제휴를 맺은 샤프(대표 백순석)도 해외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은 케이스다. 이들 회사의 경우, 아비아렙스마케팅가든과 같은 지사 형태는 아니지만 제휴사를 통해 사업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새로운 업체와 GSA를 계약하거나 입찰에 참여할 때 정보력과 높은 인지도에서 앞설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디스커버더월드마케팅 한국사무소의 경우 최근 들어 하얏트(북미), 시저스엔터테인먼트, 익스피디아 B2B 서비스 등 항공 이외의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디스커버더월드마케팅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게 되면서 비즈니스 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아진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GSA 비즈니스뿐 아니라 여행업계 내부에서만 봐도 외국계 여행사와 제휴를 맺어 고객사를 공유하는 방식은 일반적이다. HRG여행사와 비티앤아이, 아멕스(Amex)와 제휴를 맺은 레드캡투어 등 상용 전문 여행사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커뮤니케이션 편의성…글로벌 기업 유리

결국 고객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관광청이나 항공 GSA, 상용 여행사는 닮아 있다. 이는 대행사보다는 클라이언트가 편의성을 추구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 관광청이 30개 국가에서 대행사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모두 다른 30개 회사와 일을 하는 것보다 네트워크가 넓은 회사 몇 곳과의 업무가 편리하다고 판단하기 쉽다. 물론 업무는 각국에 있는 대행사에서 하는 것이지만 대행료를 책정하는 데 있어서도 클라이언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은 2~3개 국가에서 대행 업무를 함께 맡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이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본사에서 떠먹여 주는 것처럼 클라이언트를 맡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결국 다양한 관광청의 업무를 맞게 된 것은 그만큼 큰 탈 없이 클라이언트를 만족시켰다는 것이 지금의 성장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업체의 영향력 확대를 질시하는 것은 패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며 “클라이언트의 숫자보다 한 관광청을 하더라도 여행업계와 본사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광청 다 들어 왔다” vs “틈새 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해외 관광청 혹은 진출을 준비 중인 관광청의 상황을 보면, 앞으로 관광청 대행 업무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유럽의 경우, 경기 침체로 영국, 그리스 등 다수의 국가가 관광청 해외지사를 축소했고,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지역의 관광청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이같은 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거리상 한국인 관광객 증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마냥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아웃바운드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고착화된 것을 감안했을 때, 지금 진출한 관광청들이 제 역할을 다 하는 게 여행업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연스레 아웃바운드 관광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에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단순히 많은 업체의 대행업무를 맡는 것을 넘어 한국 여행업계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국내 업체들의 경우, 특정 관광청의 입찰이 진행되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다가도 정작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 여행업계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불투명한 자금 운영과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치중해 정작 한국 여행객과 여행업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관광청이 숱하게 많았다는 점에서 ‘관광청의 역할론’ 자체는 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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