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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웃바운드 시장은 동남아와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행시장에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아웃바운드가 성장할수록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은 위축된다는 것. 특히 홍콩 등 고질적인 호텔난을 겪는 지역은 어김없이 중국 아웃바운드에게 점령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중국의 영유권 다툼으로 보라카이에 중국 수요가 감소해 한국 여행사의 호텔 수급이 수월해진 바 있다. 이제 아웃바운드 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중이다. <편집자 주>

-한국 증가율 둔화, 중국 상승세
-중국인 빠지자 한국 숨통 트여
-호텔난 해결, 장기적 대책 필요



■점유율 3위 중국 빠져나간 보라카이

지난 5월13일 보라카이 호텔에 중국인의 예약이 일대 취소되고 있다는 외신이 보도됐다. 보라카이를 관할하는 웨스턴 비사야스 관광부처(The Department of Tourism in Western Visayas)에 따르면 5월11일부터 13일까지 4개 호텔에서 최소 65개의 객실이 취소됐다고 한다. 대부분이 2박 혹은 3박을 투숙하는 패키지 여행객이었다. 최근 남중국해 스카보러 섬(황옌다오 섬)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발생한 사태다. 중국국가여유국은 자국민의 필리핀 여행을 금지하고 여행사들에게 필리핀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보라카이에 취항하던 중국 전세기는 속속 운항이 취소되고 있다. 지난해 보라카이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총 6만9,000명으로 이는 한국, 미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약 7만 명에 육박하는 수요 중 현재까지 15~20% 가량이 취소됐다고 한다.

■어부지리로 한국 호텔난 해소 기대

이 같은 필리핀과 중국 간의 외교 분쟁 덕에 득을 보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다. 매년 성수기마다 보라카이 지역에 호텔을 수급하지 못해 애를 먹던 한국 랜드사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호텔난을 해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오는 7월부터 보라카이 하늘길이 필리핀항공, 세부퍼시픽항공, 제스트항공의 삼파전으로 치닫으면서 업계에서는 미리부터 호텔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컸던 상황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현지에 따르면 현재 중국 쪽 여행사가 많이 빠진 상태”라며 “호텔 수급도 예년에 비해 여유로워졌고 가격도 떨어진 편”이라고 전했다.
거기다가 현지에서는 중국인 여행 취소에 따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인 비중이 60%를 넘는 보라카이 리젠시 호텔 그룹의 지배인은 “중국 외 다른 나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으며 웨스턴 비사야스 관광부처에서 중국 관광객의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여행시장으로의 프로모션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중국인 고객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 시장의 영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필리핀 시장 선두 한국, 뒤쫓는 중국

이렇듯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에 따라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되다보니 일시적으로 호텔난이 개선된다 해도 보라카이 호텔 상황은 전반적으로 먹구름 속에 있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여행사들의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필리핀 간의 갈등이 해소될 시 호텔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어느 지역이건 간에 중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가 대단하다”며 “중국-필리핀 갈등이 해소될 시 억눌려있던 중국 아웃바운드가 보라카이로 쏠릴 우려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호텔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필리핀을 방문하는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은 매년 급 성장세를 띄고 있다.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 방문객 수는 지난 2009년 15만5,019명에서 2010년 18만7,446명으로 성장하더니 지난 2011년에는 24만3,137명을 기록해 전년대비 29.71%의 성장률을 보였다. 순위로는 한국, 미국, 일본에 이어 4위지만 성장률은 필리핀 방문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협상력 밀려 지상수배 난항 예상

중국의 성장세는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권, 특히 중화권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그 중에서도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2010년 2,268만여명에서 2011년 2,810만여명을 기록해 500만명 이상의 증가치를 보였다. 홍콩을 방문한 한국인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국인 방문객이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한국인 방문객 수가 전년대비 17.2% 성장해 이미 3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홍콩은 보라카이와 마찬가지로 성수기마다 극심한 호텔 부족을 빚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지난 석가탄신일이 포함된 연휴 때에도 호텔 부족 사태를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가탄신일은 중국 연휴와 겹쳐져 중국인 방문객이 대거 홍콩에 방문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반적으로 동남아 해외여행 시장이 위축돼있는 상황”이라며 “직항이 많이 늘어난 보라카이, 홍콩 등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마저 중국이 독점한다면 협상력 부족으로 지상수배는 점차 더 힘겨워질 것”이라 염려하고 있다.
홍콩관광청은 호텔난 해소를 위해 홍콩-마카오-심천 연계 상품을 적극 홍보 하고 있으며 실제로 에어마카오 등에서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페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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