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되기도 했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퍼진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원인 모를 이상한 현상이 급격하게 퍼져가면서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믿지 못하다 폭력적으로 변한다.

갑작스런 ‘어떤 사건’에 의해 혼란을 겪은 일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1997년 IMF, 2003년의 사스(SARS),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 때마다 여행업계는 큰 충격을 받고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고 일어서기를 반복해왔다. 생각해보면 10년 전 내로라하던 업체 중 현재는 대체 몇 개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가. 당시 가장 곤란했던 것은 대체 언제 문제가 해결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고통의 강도는 실제보다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가장 큰 공포는 ‘실체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백신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감염되지 않는지를 알았다면 소설 속 인물들이 그렇게까지 혼란스럽지는 않았으리라. 마찬가지로 언제 어떻게 위기가 종식될지 알았더라면 그토록 업계가 힘들지도 않았으리라.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경제위기가 다시 한 번 불거지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이번에는 스페인이 국제사회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불안감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주가와 환율도 회복기미를 보였지만 대체 어디로 튈 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정부의 747공약(7%대 경제성장률, 4만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 달성)은 코미디 소재로나 활용될 듯한 상황이다.
사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쓰나미 같은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가야하니 말이다. 때로는 이유 없이 눈먼 자들처럼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계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현대에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이대로 끝날 것이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고 다시 한 번 돌아보라는 경고의 목소리로 여기는 업체가 진정한 위기 상황에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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