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행시장의 급성장과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의 외형 확대로 여행 시장을 패키지와 FIT로 양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쉽게 말해 여행사에서 기획한 상품보다 항공권과 호텔을 따로 예약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을 가속화하는 데는 호텔 전문여행사들의 급성장과 익스피디아와 아고다 등 외국계 여행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이상 이같은 흐름을 ‘OTA간의 경쟁’으로만 먼 발치에서 볼 게 아니다. 이미 소비자들은 여행사를 떠나 ‘여행 사이트’로 옮겨가고 있다. <편집자 주>

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국내-해외, B2B-B2C 장벽 허물어졌다”
-전문 영역 바탕으로 업체간 전방위 제휴
-OTA 영향력 확대…시장 진입장벽 높아져



■여행사·홀세일 거센 도전에 직면

우리 여행업계에서 정의하는 ‘온라인 여행사’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OTA(Online Travel Agencies)’라는 용어 사이에는 의미의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를 통칭해 온라인 여행사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터파크투어, 하나투어, 노랑풍선, 모두 ‘온라인 여행사’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OTA는 단순히 웹사이트 보유 여부를 떠나 영업, 마케팅 방식은 물론 여행사 조직의 구성, 서비스의 방법까지 온라인 환경에 맞춰진 여행사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여행사로 분류되는 곳들이 신문광고를 해서 모객을 하거나 패키지 여행 상품이 주수익인 경우도 많으니 OTA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것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여행업이 다소 기형적으로 변화한 데는 ‘항공 좌석’ 중심의 여행사 상품 판매 방식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의 판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 자유여행의 확산, LCC(저비용항공사)의 출현으로 항공과 호텔을 별도로 예약하는 여행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부터다. 여기에 항공권 발권 수수료가 폐지되면서 여행사들이 수익 대안으로 호텔 판매를 주목하게 된 것도 큰 영향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미주, 유럽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호텔 예약 전문 사이트, 즉 OTA들이 국내에 상륙하기 시작했다. 미국계 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의 자회사인 아고다(Agoda), 그리고 익스피디아(Expedia)는 비슷한 시기에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촉진시켰다.

■B2B-B2C 병행은 이미 대세

외국계 여행사들은 한국어 사이트를 오픈한 것 외에도 국내 여행사와의 제휴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아고다의 경우, 호텔 인벤토리를 제공하는 XML 제휴 서비스를 바탕으로 하나투어, 호텔자바, 인터파크투어 등의 여행사들과 제휴를 맺었다. 익스피디아의 B2B 영업 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XML 제휴를 전문으로 하는 익스피디아의 자회사 EAN은 호텔엔조이, 비코티에스, 인터파크투어 등과 손을 잡았다. 또한 여행사용 웹사이트를 영업하는 한국 대행사(디스커버더월드)를 별도로 계약했다. TAAP이라는 여행사용 사이트를 통해 웹사이트가 없거나, 기술력을 갖지 못한 여행사들도 편리하게 익스피디아의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2C와 B2B, B2B2C 마켓까지 빈틈없이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처럼 OTA들이 B2B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전통적 홀세일러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각 업체간 제휴사 확보 및 점유율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전체 FIT 시장이 확장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피부로 체감되는 수준은 적을지라도 OTA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호텔베즈(Hotelbeds), 투어리코(Tourico)와 같은 유럽, 북미계열 홀세일러도 한국 담당자를 지정해 보다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도 항공 서비스에 비해 인지도가 약한 호텔 홀세일을 강화하고, 하나투어도 꾸준한 시스템 투자를 통해 해외호텔 사입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으로, 제휴사간에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세가 당장 홀세일 시장의 판도를 재편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상당수 여행사들은 결제가 편리하고, 문제 발생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등 친숙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통 홀세일러를 선호하고 있다. 국내 홀세일러들은 수많은 제휴사와 오랜기간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해외 OTA들이 점유율을 단기간 내에 끌어올리는 것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단, 국내 홀세일러에 비해 다양하고 저렴한 호텔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대안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쟁력 제고 위해 해외지사 확대

몇 년새 호텔 전문 여행사 사이에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전문 업체의 구분도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다. 또한 특정 지역에 치중한 비즈니스는 위험성이 수반된다는 교훈을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체득한 회사들은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B2C에 집중했던 회사는 외국계 OTA와의 마케팅 경쟁에 위축돼 B2B를 개척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도 하나의 축이라면, 인바운드 혹은 인트라바운드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한 축으로 파악된다.

최근 사업 모델 다각화에 눈에 띄게 속도를 내는 것은 비코티에스다. 한국시장에 일본호텔을 판매하던 호텔재팬을 주사업으로 하던 비코티에스는 2006년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인바운드 사업에 나섰다. 일본 중심을 벗어나기 위해 상하이 사무소를 설립한 비코티에스는 2010년 전세계 호텔 예약 사이트 오마이호텔을 선보이면서 변화를 꾀했다. 이후에도 홍콩, 중국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호텔을 사입할 뿐 아니라 현지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호텔 인벤토리를 공급하는 제휴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사업모델에 있어서 비코가 선발주자는 아니다. 이미 호텔패스도 한국 호텔을 다수의 해외 여행사, 홀세일러에 공급하고 있고, RTS의 경우, 도쿄, 홍콩, 방콕 등에 지사를 설립하고 호텔 사입과 여행사와의 제휴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사업 모델은 외국 OTA도 동일하게 취하고 있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은 한국에서 마케팅과 여행사 제휴업무를 할 뿐 아니라 한국 영업 직원을 고용해 국내 주요 호텔을 좋은 가격으로 사입하는 영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호텔들은 인바운드 호황으로 ‘배짱 장사’를 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 상황이 빚어지면 외국 OTA들은 더욱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거래할 여행사가 없다”

어떤 여행사가 얼마나 ‘온라인화’ 됐느냐 여부는 그럴싸한 웹사이트를 갖고 있고, 다양한 호텔 홀세일러와 거래하는지 여부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5년간 명멸했던 온라인 여행사의 족적만 봐도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온라인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온라인을 포기하면 안되기 때문’이 아니라 ‘도태되지 않기 위함’이다.

현재 국내 여행사 현황을 보면, 호텔 예약 사이트를 운영하는 전문업체를 제외하고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온라인투어, 인터파크투어 정도만이 2개 이상의 공급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을 뿐 상당수 여행사는 단일 업체가 제공한 호텔 페이지만 ‘구색 갖추기’용으로 갖고 있다. 물론 적극적인 투자가 없으니 호텔 예약이 발생하는 비율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외국계 OTA 관계자는 “더 많은 여행사와 거래하고 싶어도 투자 의지가 있는 곳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국내 호텔 예약 업체 관계자는 “차별화된 사업모델 없는 패키지 여행사들이 온라인 시장마저 등한시 한다면 해외 OTA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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