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시작을 2006년 6월, 한성항공의 청주-제주 취항으로 본다면 올해는 한국 LCC의 역사는 6년 쯤 되는 것이다. 그간 항공업계에서 입지를 다지기도 했지만 중간에 사라지거나, 운영상의 미숙함을 보여주며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LCC들은 새로운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다. 대형항공사와 더불어 외국 LCC와 본격적인 경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LCC들이 당면한 현안들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여행사에 손 내미는 외국 LCC늘어
-중국 항공사의 역공세 가능성 대두
-부족한 운수권…영업 한계 현실화





■‘이마트형 LCC’로의 전향

한국에 진출한 외국 항공사 중 ‘정통 LCC’로 분류될 수 있는 항공사는 에어아시아X, 피치항공, 스타플라이어 정도이다. 이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 여행사 대상 영업도 없거나 미미하다. 대신 기존 대형항공사 보다 파격적인 요금을 출시한다. 특히 말레이시아 국적인 에어아시아X는 ‘곧 여행사 영업을 한다’는 항간의 소문과는 다르게 온라인 직접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피치항공은 취항 2개월 정도 지난 상태라서 성공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7월 현재, 회사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발권만 가능한 상태다. 에어아시아X와 피치항공 등 외국 LCC가 한국에 취항하는 노선은 ▲인천-오사카(피치항공) ▲인천-쿠알라룸푸르(에어아시아X)뿐이다. 이처럼 한국항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아직까지 한국의 LCC와의 경쟁은 거의 없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월마트형’의 영업을 하고 있어 한국 여행업계의 영향력은 무척 작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 LCC의 취항이 더욱 늘어나는 동시에 이들이 한국 여행사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 현재 한국의 LCC에 적지 않은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세부퍼시픽항공은 온라인 직판과 대리점 영업을 병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맛본 항공사로 ‘절충형 LCC’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항공사도 나온다. 피치항공의 경우, 여행사 판매를 위한 시스템개발을 통해 B2B와 B2C 모두를 공략할 계획이다. 스타플라이어는 부산-기타규슈 노선에 정기편을 취항하면서 애바카스와 GDS 예약·발권도 가능해 여행사 판매를 노리고 있다.

■중국, 기회이자 위기

한국의 LCC들은 이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2011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와 항공자유화가 이뤄졌고, 2013년 한국-도쿄(나리타) 노선이 완전자유화 되는 등 이미 한국 LCC들이 국제선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늘어난 상태다. 그럼에도 한국의 LCC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이유는 추가 노선 개설 여지가 무궁무진한 데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비행시간 5시간 내외로 LCC 운항에 적합하고, 인바운드 수요 유치에도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에어부산(칭다오), 제주항공(칭다오), 진에어(옌타이)가 중국노선에 잇따라 취항하는 것도 향후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쌓기 위함이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하기는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해남도, 청도 이외의 지역은 항공자유화 지역이 아니어서 운항권을 갖지 못한 LCC들은 정기노선에 취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정기편 투입에 있어서도 허가를 따내는 게 쉽지 않다. 국내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중국에 항공기를 넣으려면 브로커가 있어야 가능할 정도로 쉽지 않다”며 “LCC가 운항준비를 하기 전에 브로커를 잡아야할 것”이라고 할 정도다. 항공협정을 통한 한국 LCC의 중국 진출은 또다른 극한 경쟁의 서막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항공협정은 호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 LCC의 중국 진출은 곧 낮은 요금으로 무장한 중국국적항공사의 진출을 의미하는 탓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갯수와 규모가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LCC들이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일본 언론에 한국 취항 의지를 밝힌 춘추항공의 사례가 좋은 예다.

■김포-송산, 한국 LCC는 운다

운수권 확보가 한국 LCC에는 생명줄이라는 것은 최근 개항한 김포-송산에서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티웨이항공에 4회, 이스타항공에 3회씩 운수권을 배분했다. 그러나 상용노선인 김포-송산에 운수권을 두 항공사에 나눠준 것은 사실상 생색내기에 가까웠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LCC 관계자는 “에바항공과 중화항공도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처럼 각각 4회, 3회씩 김포-송산 운수권을 받았지만, 에바항공과 중화항공은 인천-도원 노선과 연계해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운수권 확보가 생존과 직결된 한국 LCC에 이번처럼 운수권을 배분한 것은 정부의 생색내기식 LCC 지원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운수권의 중요성은 최근 필리핀 노선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여름 보라카이, 마닐라, 세부 등 주요 관광·휴양 노선에 필리핀 국적항공사들이 공급석을 크게 늘렸다. 필리핀 국적사들의 경쟁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 LCC 입장에서는 큰 공세에 놓인 셈이다. 게다가 한국 LCC는 방어할 여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천-마닐라의 경우 제주항공은 필리핀 국적항공사들의 공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지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6월28일 취항한 제스트항공이 왕복 9만9,000원 요금을 내는 등 저가공세에 제주항공의 손님들이 제즈트항공 쪽으로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필리핀 국적 항공사들이 운항하는 노선에 신규노선을 개설하는 식으로 공세에 맞받아야 하지만 운수권이 없어 당하고만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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