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서 제주항공을 보는 시각은 언제나 궁금증으로 차있다. 2006년 처녀비행 뒤 6년간 여행사 영업과 대소비자 직판에 모두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봤다. <편집자 주>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비싼 수업료…아직도 공부중

업계에서 제주항공을 보는 눈은 아직까지 완전히 호의적이지는 않다. 인천-호치민, 인천-칭다오 노선 진출에 대해서는 과당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여행사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전세기 운영과 시내 여객지점 부재 등 대형항공사에 비해 대여행사 영업이 소홀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2009년 미숙했던 괌 전세기 준비 등 항공사 운영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그래서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올해 말 괌 취항에 대해서도 의심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비단 제주항공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이 와중에도 제주항공은 한국 LCC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항공사로 꼽힌다.
한 한국 LCC 임원은 “제주항공은 많은 수업료를 냈다. 성공적으로 한국 LCC의 틀을 잡았고, 그렇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잘되기 위해서는 제주항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를 받게 되기까지 제주항공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 한국 항공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사실상 국제선 운영이 불가능한 Q400기종으로 2006년 김포-제주 노선에 항공기를 투입했다. 지금은 ‘국내선 1년, 1만편 이상 무사고 운항’으로 국제선 취항 허용기준이 완화됐지만 제주항공은 개정되기 전 ‘국내선 2년 이상, 2만편 이상 무사망사고 운항’이라는 지금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킨바 있다. 제주항공이 국제선 취항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것을 고려하면 굉장한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그들에게 없는 3가지

제주항공은 2011년 매출 2,560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달성했다. 취항 5년만의 흑자전환인 동시에 예상보다 매출액은 120%, 영업이익은 170%를 초과한 것이다. 이를 두고 대형항공사, 경쟁항공사는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며 제주항공의 성공적인 2011년을 분석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한국시장 안착은 계산기로는 알 수 없는 이면의 곳에 있었다. 제주항공의 성공요인은 기존에 항공사들이 가지고 있는 ‘3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1. 결제를 받기 위한 줄

제주항공의 거의 모든 결제과정은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하루면 모두 마무리 된다. 제주항공 엄부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담당부서에서 대표이사까지 하루면 완료 된다”며 “또한 실무자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결제가 빠르다는 것은 신속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항공시장처럼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서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2.노타이

제주항공은 ‘노타이’라는 게 없다. 엄밀히 말해서 평소에도 직원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기 때문에 대형항공사들이 6월부터 8월까지 하계기간 동안 실시하는 ‘노타이’ 자체를 할 수 없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는 것은 경직되지 않은 사내 분위기를 방증하기도 한다. 각 직원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능력이 배가될 수 있는 유통성 있는 사내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단순히 제주항공의 항공기 1대당 투입되는 인원은 67명 정도(2012년 5월15일 기준, 672[직원수]/10[항공기 대수]). 대한항공은 147명(대한항공 홈페이지 2월 기준, 2,0857[인원수]/147[항공기 대수·화물기 포함])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1/2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인원이 적은 만큼 직원들의 노력 업무 스트레스가 크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노타이에서 추측할 수 있는 생산적인 사내 문화 탓이다.

3.비행기

야간에 인천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의 주기장에는 제주항공 비행기가 없다. 쉬는 비행기 없이 야간에 모두 비행을 나가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항공기의 평균 운용시간은 12시간에 가깝다. 실제로 6월은 12시간51분이다. 2010년 평균 가동률이 10시간 대인 것에 비교하면 항공기 효율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가동률이 11시간 후반대인 것과 비교해 제주항공의 가동률이 현저히 높은 게 아니지만, 대형 국적항공사는 유럽, 미주, 대양주 등 비행시간이 긴 노선이 많아 운항시간 자체가 길고 계류시간이 짧은 것을 감안하면 제주항공의 가동률은 상당히 높은 것이다. 항공기 가동률은 보통 항공사의 생산성을 말해준다.

■ interview
제주항공 최고운영책임자(COO) 엄부영 상무
“장거리 취항 가능성 열어둔다”

-올해 전반적인 현황과 목표는
우리나라 LCC 중 최초로 누적 탑승객 1,000만명을 달성했다. 지난 4월과 6월에는 인천-호치민, 인천-칭다오 노선에 취항해 올해 상반기만 4개의 새노선을 개척했다. 올해 2대의 B737-800 기종 이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정규직 인원도 700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약 1,000억원 늘어난 3,6700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선을 단기간에 확대하는 것 같다
제주항공은 6월 현재 10대의 항공기로 16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의 대표 LCC인 에어아시아는 취항 6년 만에 항공기 40대를 보유해 108개 노선에 운항했다. 제주항공도 올해 취항 6주년이 됐지만 에어아시아의 성장에 비해 속도가 1/3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노선확장의 정도가 빠른 게 아니다.

-제주항공의 향후 성장의 조건은
세계 여러나와의 항공자유화가 필요하다. 중국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지만 항공자유화 지역이 아니어서 LCC의 진출이 제한적이다. 유럽의 라이언에어가 에어프랑스-KLM항공 등 유럽의 유수의 항공사를 제치고 2011년 국제선 수송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1997년 이뤄진 유럽연합(EU)의 항공자유화 덕이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LCC가 늘고 있다.
제주항공이 ‘싸기만 한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고 다양한 노선을 운영하는 게 제주항공의 경쟁력이다. 최근 아시아 여러 국가로 한류가 확대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인바운드 수요증대를 감안해 현지출발 판매력과 판매망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중국노선 개설은 당면한 과제이다. 인천-칭다오 노선을 개설했고 지금도 중국노선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취항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도 확보돼 있다. 또 하나는 장거리 노선 취항이다. 현재 운항중인 B737-800은 방콕 정도까지 운항하는데 적합하다. 그 이상 먼 노선에 취항하려면 중대형 기종이 필요한데, 복수의 기종을 운영하려면 조종사는 물론 정비 인력을 더 투입해야하는 등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부담이 있지만 장거리 노선을 꾸준히 검토할 것이다. 3년 이내 장거리 노선 개설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하고, 그 후에 기종 도입 등 구체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장거리 노선을 개설하더라도 제주항공은 지금의 LCC 콘셉트는 유지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주항공은 운항, 향후 계획, 대소비자 서비스를 ‘사랑과 존경’이라는 모그룹의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두고 행동하겠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항공사가 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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