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수교하던 1992년 당시, 한국에서는 “중국의 관시를 이해하라”는 말이 하나의 공식처럼 돌았다고 한다. 관시(關系, guanxi)는 글자 그대로 관계할 ‘관’, 맺을 ‘시’를 합한 단어로 지금도 중국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는 말이다. 관시를 한국에 빗대면 학연, 지연, 혈연과 일맥상통할 터인데 관시의 파워는 한국의 3연(緣)을 능가한다. 관시만 잘 활용하면 ‘안 되는 일도 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관시는 한번 친구가 되면 쉽게 배반하지 않는 중국의 의리를 상징하는 동시에 비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중국의 현 시스템을 그대로 드러내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의 관광업계는 진정한 동반자로 얽혀있는가. 중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1위는 바로 한국인이며, 한국의 인바운드 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외래관광객 역시 바로 중국인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양국은 어느 국가보다 돈독하다. 더구나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 현지 관계자는 한국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너도나도 한국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아직 양국은 갈 길이 멀다.

대표적으로 중국 비자 문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은 “중국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현지 공인기관으로부터 받은 초청장을 첨부하라”고 비자대행업체에 알렸고, 한국의 여행사는 갑작스럽게 비자비용을 조정하고 모객 시일을 앞당겨야 했다.

또한 최근에는 어떠한 의견도 교환하지 못한 채 “서파에서 북파로 가는 종주 트레킹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갑작스럽게 통보받았다. 상당수의 트레킹 전문 여행사는 올해 여름 백두산 트레킹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방통행하는 중국의 일 처리 방식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중국은 세계 문명을 이끈 나라로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풍경구를 품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중장년층은 몇 번이고 중국을 다시 찾고자 희망한다. 지난해 한국인 약 400만명이 중국을 여행했다. 한국과 수교한 지 벌써 20년이다. 대체 중국에게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 중국은 공식석상에서만 ‘우정’을 말할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바닥에서부터 소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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