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의 기술 1
여행사 판매 동향, 지역별로 뜯어보니
사라진 일본 손님 동남아로 발길 옮겼나


여행업만큼 외부 변수에 취약한 직종도 없다. 사스,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부터 각종 경제위기까지…. 더구나 일시적인 테러와 자연재해 앞에서도 업계는 쉽게 휘청인다. 2011년 3월 여행업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일본 대지진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느냐, 위기에 힘없이 무너지느냐는 여행사의 능력이다. 대표 7개 패키지 여행사의 2010년과 2012년 6월 송출 현황(인원수 기준, %)을 지역별로 비교했다. 당연히 어느 여행사 할 것 없이 일본 비중은 저조했다. 그렇다면 여행사는 일본 실적이 빠져나간 틈을 어떻게 메우고 있을까. <편집자주>


■“회의 들어가면 고개를 떨군다”

패키지여행사의 일본팀 팀장은 실적을 원위치 시키고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질 높은 신상품을 만들어도 보고, 참신한 홍보와 마케팅을 벌여봐도 손님은 ‘싼 상품’만 찾았다. 당연히 실적은 바닥을 쳤다. 패키지 여행사의 일본팀 팀장은 말했다. “각 팀별 팀장이 한데 모이는 실적 회의에 들어가면,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패키지 여행사의 지역별 판도가 일본 지진 이후 뒤바뀌었다.

2010년 패키지 여행사를 통해 일본을 떠나는 손님은 상당히 많았다. 2010년 6월을 들여다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손님 비중은 각각 22.8%, 23%였으며, 한진관광의 일본 손님은 20.3%로 전체 손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달 하나투어, 모두투어, 한진관광의 일본 손님 비중은 전체 지역 중 각각 14%, 8%, 8.7%로 떨어졌다. 레드캡투어(16%->11%), 롯데관광(17%->9%), 참좋은여행(12.2%->8.6%) 등의 일본 실적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동남아에 집중하는 여행사

일본 비중이 줄어든 사이, 동남아 비중은 늘어났다. 일본으로 떠나던 여행객이 동남아로 발길을 옮겼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동남아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여행사가 일본에 투입했던 홍보 및 마케팅을 동남아로 돌린데다가 동남아행 비행기와의 하드블록 계약도 강행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만 하더라도 일본 전세기라고는 홋카이도 한 곳뿐이며, 동남아 전세기는 보라카이, 푸켓 등으로 예년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하나투어(23.8%->33%), 모두투어(29%->38%), 한진관광(19.4%->25.7%), 롯데관광(19%->26%) 4개사는 약 10% 안팎으로 동남아 손님의 비중이 늘어났다. 노랑풍선은 이미 2010년 6월부터 동남아 비중이 38%로 패키지여행사 중 최대였으며, 2012년 6월에도 동남아 비중은 변동이 없었다. 레드캡투어, 참좋은여행 정도만 동남아 비중이 1~3% 줄었다. 그러나 양사의 동남아 비중(%)이 소폭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전체 송출객 수가 2010년 동기간에 비해 늘어났으므로 동남아 손님의 수(명)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7·8월 성수기와 동남아의 인기가 정점을 찍는 올 겨울에는 동남아 쏠림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 밀리는 일본·중국

그러나 동남아 파이가 커지는 현상은 청신호만은 아니다. 하드블록 소진을 위한 저가 덤핑 상품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볼륨이 커지긴 했으나 실제 여행사가 만질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다는 것. 당장 동남아 상품의 가격이 워낙 낮다보니 단거리로 묶이는 일본, 중국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 여행사 중국팀 팀장은 “상하이 상품을 39만원대에 내 놓으면 동남아 상품이 29만원대에 나오는 상황이며 백두산 인근으로 들어가는 전세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다른 회사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같은 회사 내에서 팀끼리 경쟁이 더 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단거리를 중심으로 경쟁이 격한 상황에서 여행사의 장거리 비중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었다. 남태평양의 비중은 2010년이 비해 대부분 줄어 들거나 그대로였으며 괌 상품 판매가 증가한 한진관광(남태평양 20.1%)정도만 8.8% 가량 남태평양 상품의 판매 비중이 커졌다. 미주는 대부분의 여행사가 3% 비율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유럽 비중도 1~3% 정도 줄거나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하나투어(유럽 11%), 모두투어(유럽 8%)는 장거리 비중이 낮고, 단거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레드캡투어 3개 여행사의 유럽 판매 비중은 15%를 넘어섰다. 특히 참좋은여행의 유럽 비중은 2010년 11.2%에 불과했으나 2012년 24.3%로 늘어났다. 현재 유럽 비중이 20%를 넘는 패키지여행사로는 참좋은여행이 유일하다.



▶하나투어·모두투어 >>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동남아 집중은 특히 두드러진다. 중국, 유럽, 미주 등지는 비율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동남아의 비율은 하나투어가 9.2%, 모두투어는 9% 증가했다. 동남아 실적이 늘어남에 따라 동남아와 일본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먼저 2010년 6월, 하나투어의 동남아와 일본의 송출객은 각각 전체의 23.8%, 22.8%를 차지했다. 두 지역의 격차는 불과 1%. 2012년 같은 시기 두 지역의 송출객 수는 19%나 벌어져 있다. 또한 모두투어 역시 2010년 일본과 동남아의 비율 격차가 6%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격차가 30%다.




▶노랑풍선 >> 2년 사이 노랑풍선의 지역별 송출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다. ‘거품없는 여행’을 지향하는 회사인만큼 저가로 팔기 용이한 동남아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2010년에도 동남아가 압도적인 1위, 2012년도 동남아가 1위다.

▶레드캡투어 >> 레드캡투어의 동남아 비율은 늘어나지 않았다. 대신, 미주 송출객이 11%까지 올라와 일본 송출객과 맞먹는다. 하와이 하드블록이 미주 비중을 높이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비율이 5% 가량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큰 이변이 없었다.




▶롯데관광 >> 중장년층 손님이 많은 롯데관광은 중국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부분 여행사의 송출 1위 지역은 동남아지만 롯데관광은 동남아 송출객보다 중국 송출객의 비중이 더 높다. 롯데관광의 동남아 비중 역시 2010년에 비해 7% 정도 늘었다.

▶참좋은여행 >> 참좋은여행은 올해 동남아 하드블록을 최소화했다. 대신, 유럽에 집중했다. 2년 전 11.2%에 불과했던 유럽 비중은 현재 24.3%로 전체 지역별 판매 비중 중 2위다. 유럽 비중이 20%가 넘는 패키지 여행사는 참좋은여행이 유일하다. 유럽이 성장한 원인을 감성적인 광고 문구 작성, 직원의 전문화 등에서 찾았다.

▶한진관광 >> 동남아 손님의 비중이 2010년 대비 6% 가량 증가했다. 또 눈여겨 볼 점은 남태평양 지역이다. 한진관광의 남태평양 송출객은 전체의 20.1%에 이른다. 송출 비중이 2년 사이 10% 가량 뛴 이유로 한진관광 측은 ‘괌 손님의 증가’를 꼽았다. 한진관광은 괌 담당자를 충원하는 등 괌 상품 판매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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