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품격 여행시장의 성장 下
요트, 특급호텔 파티 등 … 대중에 확산돼‘기회’



■까다로운 고객관리에 골치

문제는 또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개발 관련 보고’에 따르면 고품격 상품은 쇼핑 등에서 수익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랜드사에서 회피하게 된다. 통상적인 국내 랜드사의 수수료가 10-15% 수준이라면 랜드사 간의 경쟁 심화로 고품격 상품에서도 마진 없는 판촉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수익률 외에 고객관리도 일반 상품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일반적인 시선과 달리 고품격 상품 구매자는 비용을 높게 지불한 만큼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으면 바로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을 대하는 직원들도 자부심 높은 전문가들이라는 것이다. B여행사 관계자는 “객실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이용 호텔의 손님 수준까지 챙기지 않으면 컴플레인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워낙 요구가 많은데다 대접받기를 원하는 성향 때문에 연차 높은 전문가로 구성된 담당자들의 스트레스도 크다”고 말했다.

최상급 호텔을 사용하는 것이나 고급 여행객에 맞는 가이드를 배정하는 것도 여행사는 세세히 신경써야 한다. 하나투어 ZEUS팀 김희정 부장은 “전 세계의 명사들이 이용하는 호텔의 경우 워낙 VIP 수요가 많고 콧대가 높아 손님 관리 등에 있어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베테랑 가이드의 경우 전문가로서 자부심이 큰 만큼 짐을 드는 것부터 모든 것을 세세하게 챙겨주길 바라는 VIP 여행객과는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숨어있는 1%를 찾아라

또 다른 문제는 한정된 수요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이다. 고소득자라고 꼭 고품격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오히려 중저가 상품을 선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행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수요층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막막한 작업이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도 없다. 선택받았다거나 특별한 느낌을 줄 수 없는 무가지나 일반 신문광고 등의 미디어를 통한 접근은 지양되기 마련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고소득층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성공의 열쇠를 쥐게 된다. 이를 위해 수입자동차업체,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 협회와의 제휴를 통한 데이터베이스마케팅(DB marketing)이나 일대일마케팅(One-to-One marketing)이 주로 이용된다. 일반 상품과는 달리 철저하게 특화된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기존 데이터가 있기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C여행사 관계자는 “같은 계열사의 고객자료라고 해도 활용하려면 부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고객 동의 없이 접근하면 불쾌감에 고객 이탈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입소문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클럽토마스 염상훈 사장은 “설립 이후 계속 VIP마켓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와인, 승마 등 소셜모임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DM을 발송하는 작업을 통해 고객 확보를 하고 있다”며 “서로 비슷한 부류끼리 교류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입소문”이라고 말했다.

■더 성장할 시장…경쟁도 심해질 것

낭비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고품격 상품의 등장은 삶의 질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소득이 높아지자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는 자신만의 여행, 남과 다른 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점차 확산되면서 여행사도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더 적극적인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 ZEUS팀 이주화 과장은 “저가여행을 찾는 이들은 계속 최대한 싸게 가기를 원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신 이들은 점점 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게 될 것”이라며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 미주 같은 나라들의 사례만 보더라도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관광트렌드 변화와 향후 정책방향’에 따르면 VVIP를 중심으로 소비되던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 선진국형 레저상품 등의 소비가 일반 VIP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특정 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요트, 승마, 특급호텔 파티, 고급 복층콘도, 크루즈 여행 등이 영역의 벽을 깨고 대중들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여행사들은 더욱 특화된 고품격 상품 출시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고품격 여행상품은 점차 대중화되고, 남들과 섞이기를 원하지 않는 차상위 여행객은 좀 더 고급스럽거나 다른 상품을 원할 것인 만큼 상품은 계속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입맛에 맞추려는 여행업계의 노력도 계속될 것은 분명하다. 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못한 경우 VIP 수요의 눈높이에 맞추려 아예 해외 상품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미 수십 년 앞서 개척된 시장에서 인기를 끈 상품이라면 품질을 보장할 수 있고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여행기업 콕스앤킹스 상품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에벤에셀 마케팅 박상호 사장은 “앞으로 여행의 형태가 더욱 다변화되는 만큼 고품격 상품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관련 사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남과 다른 대접을 원하는 이들이 움직이도록 자극하는 상품이 더 필요하다고 보며,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여행지 등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사례 2

JTB의 로얄로드긴자ROYAL ROAD GINZA
일본의 최대 여행사인 JTB는 2003년 9월 도쿄 긴자에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고급 여행 전문점 로얄 로드 긴자를 개업했다. 점내는 영국풍 살롱 형식의 인테리어를 갖췄고, 전문 담당자가 있어 여행 컨설팅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여행객 마음대로 디자인 할 수 있는 맞춤 여행을 지향하며 상품 중에는 크루즈, 음악, 50세 이상 여행 등의 분야를 갖추고 있다. 클래식 음악 전문 투어의 경우 낮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음악가 연고지를 방문하고 밤에는 비엔나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의 연주회, 비엔나 국립 오페라 오페라 등에서 생생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www.royalroad.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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