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빌딩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초고층빌딩이 완공되던 시기에 세계 경제의 위기가 도래한다는 현상을 이르는 말인데, 이것은 단지 괴담만은 아니다. 한창 경기가 좋아 초고층빌딩에 투자를 하다가도 결국 과도한 투자로 인해 경기 불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용산, 상암, 인천 등에 600m가 넘는 초고층빌딩 건설 바람이 불었으나 경기 불황과 함께 ‘저주’가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행업계는 어떨까. 최근 모 허니문 팀장은 하루 공급석이 1,100석까지 늘어난 하와이를 빗대어 “초고층빌딩의 저주 같다”고 했다. 경기가 좋은 4~5년간은 전세계의 관심이 주목되지만 불황이 닥치면 애물단지가 되는 초고층빌딩처럼, 한창 모객이 잘 되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하와이가 과도한 경쟁과 과잉 공급으로 머지않아 그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를 빗댄 것이다.

사실 하와이는 최근 몇 년간 타 지역의 인기를 누르고 허니무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목적지로 지난달 10일, 16일 아시아나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이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매일 취항을 시작했고 대한항공도 하루 2회 매일 취항했다. 윤달이 끝나 호황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와 맞물려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떤가. 하루 4편이라는 폭발적인 공급 증대는 필연적으로 소규모 랜드사들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왕복항공권과 1박 숙박을 포함해도 50만원이하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저가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주중 상품 소진을 위해 덤핑 상품이 등장해 시장이 망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불황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황은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그 전조를 풍기기 마련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공급 증대를 주도한 항공사보다는 실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일선의 목소리다. 가을 허니문을 목전에 둔 지금, 하와이 현지에서 전해지는 관계자들의 성토는 초고층빌딩의 저주와도 같은 업계의 적신호인 것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