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거제에서부터 전라남도 여수에 이르는 한려수도 여행이라면 섬을 품은 바다가 푸르게 펼쳐지는 장관이 압권이다. 때문에 많은 여행객이 평생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한려수도다. 하지만 국내여행상품 중에는 한려수도의 명성을 이용하지만 정작 다른 곳의 비중을 크게 다루는 상품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예로 A사의 한려수도 3일 상품 일정을 보면, 첫 날은 하동, 남해, 사천을 돌고 둘째 날은 통영과 거제를 둘러본다. 그러나 셋째날 일정은 한려수도와 관계없는 부산과 대구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다. 대구 의료선교박물관을 방문하고 동인동 찜갈비 골목에서 중식 후 약령시한의약문화관과 서문시장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다. 진짜 한려수도 여행이라면 그냥 이틀째에 끝내도 무방한데 굳이 상관없는 대구에서 거의 하루를 보내는 셈이다.

이유는 바로 지자체의 지원금 때문이다. 현재 대구광역시는 국내여행사연합회 등에 등록된 서울의 여행사가 25명 이상의 여행객을 데리고 대구 내 유료관광지 1곳, 식사 1곳, 무료관광지 2곳을 둘러볼 경우 버스 당 55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부산의 경우 가깝기에 30명 이상 방문 시 30만원 지원금을 주는 등 차등화 되어 있다.

여행사로서는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일정에 모든 동선을 기재했고, 그것도 모자라 ‘지자체 협찬’이라는 문구까지 써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정 지원금을 이용하고 싶다면 대구 상품이나 인근 지역을 활용한 상품을 따로 만들어야 옳다. 상품명을 한려수도라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하루를 엉뚱한 곳에서 보내도록 하는 것은 여행객 심리를 이용한 고객 기만이다.

업체는 왜 일정을 제대로 안 봤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먼저다. 이런 상품이 범람할 경우 여행업계의 신뢰를 크게 깎아먹을 수 있으니 강 건너 불로만 볼 수 없다.

지원금이 클수록 이를 이용한 상품을 만들고 싶은 유혹은 분명 클 것이다. 그러나 여행사는 이윤추구를 넘어 여행객의 행복을 우선시해야 할 의무도 갖고 있다. 단순한 모객만이 아닌 진정 여행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답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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