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피니언 리더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모든 의사 결정이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없는 국가적 시스템의 견고함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시스템이 그의 방종을 사전에 막아줄 것이라 믿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가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절차와 법이 리셋되기 바쁘다. 원칙보다 상황을 우선시 해온 탓에 룰은 쉽게 세워졌다가 부서진다.

이는 비단 정치권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얼마 전 한 여행사에 새로 부임한 사장을 통해 업계의 현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매뉴얼 없이 매 건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되는 업계에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간혹 고객 불만이 제기됐을 때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고 타 부서로 업무를 떠넘기기 바빴다. 출근시간, 공문양식 등도 들쭉날쭉하고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 등도 통일된 바가 전무했다. 말 그대로 ‘네 멋대로 해라’는 판이라고 한다.

때문에 그가 우선적으로 세운 목표는 순이익 몇 % 증가와 같은 숫자가 아니었다. 모든 구성원이 업무 매뉴얼을 습득하도록 만드는 것, 즉 조직 내 시스템 정비를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꼽았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그의 문제의식은 적절하다. ‘시스템’은 조직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과도 같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집약적이고 노동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여행업에서는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 튼튼한 시스템은 투명한 프로세스를 만들고 효율성을 불러온다. 최근 매출액이 크게 증가해 업계의 부러움을 사는 여행사의 비결은 다른 게 아니었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업무상 모든 결재 단계를 웹에서 즉각 확인하도록 업무 시스템을 정비한 것을 우선 요소로 꼽았다.

2012년 기준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8위에 머무르고 있는 열악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환경 안에서도 여행업의 생산성은 유독 낮다. 노동집약적인 여행업의 특성이 한몫을 하고 있지만 절차와 룰이라는 기본을 등한시한 채 비효율을 방관한 업계의 탓도 커 보인다. 여행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망에서 조직의 시스템을 곰곰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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