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는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바쁜 일정에 치이는 출장과 달리 완전한 휴식을 꿈꾸고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배낭하나 덜렁 매고 떠났다. 심지어 정해놓은 숙소도 없었다. 공포는 비행기가 하노이 공항에 착륙할 즈음 시작됐다. 시내를 들어가는 방법부터 오늘 묵을 호텔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공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시내까지 드는 택시비를 물어서 바가지 요금을 피하고, 다음 날 아침 8시 출발하는 하롱베이 일일투어까지 일사천리로 예약했다. 숙소는 스마트폰 호텔예약사이트 어플을 이용해 저렴하게 예약했다. 혼자만이 아니었다. 일정 중 만나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지도 한 장, 또는 스마트폰을 들고 움직이며 정보를 얻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었다. 한국인도 상당수였다. 회사 차원의 출장에서 느끼지 못했던 FIT의 성장은 피부에 닿을 정도로 자라나 있었다.

모두들 FIT가 대세라고들 한다. 패키지 여행사도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업체가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다. 일부는 전문부서로 분리하거나 아예 FIT를 표방하는 과감함도 보여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FIT사업에 대한 시도 자체가 아니다.

아직도 많은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들은 그룹 좌석 판매에 고정돼 있다. 같은 좌석을 자유여행으로 구성해 판매하면 시간도 몇 배 더 소모되고 수익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며 패키지와 일직선상에서 생각한다. 이런 시선에서 FIT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마련이다. FIT 담당자의 부담도 크다. FIT 부서는 아직 실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구조다. 타 부서에 비해 자연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다른 부서는 성장률이 몇 퍼센트네, 얼마를 벌었느니 하는 와중에 FIT 부서가 끼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10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여행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FIT가 미래 여행산업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임은 분명하다. FIT부서 활성화를 꿈꾸는 경영자는 오랜 기간 지켜봐주는 뚝심을 갖춰야 한다. 독촉한다고 애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얼마나 장기적으로 바라보느냐가 FIT부서 활성화의 또 다른 관건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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