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5를 선보였다. 새 모델을 고대했던 전세계 핸드폰 이용자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신제품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 시절의 감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제품이 우리이 삶을 이렇게 바꿀 것이다’라는 식의 포부도 없었다. 삼성과의 기술 경쟁을 차치하고 사람들은 조금 더 ‘애플다운’ 제품과 자신감 넘치는 발표회를 기대했던 것 같다.

여행 상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대형 여행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해외의 거대 온라인 여행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여행사, 소비자에게 간택을 받는 여행상품은 ‘조금 다른 감성’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저 앞선 기술만 내세워서는 고객에게 소구하기 힘들다. 애플의 아이튠즈라는 시스템이 불편하기 짝이 없음에도 특유의 감성으로 고객들을 길들이는 것처럼, 여행 상품도 조금 달라야 할 것이다. 항공, 숙박, 관광으로 이뤄지는 여행의 기본 요소에서 질적 차별화를 시도하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지만 대형 여행사처럼 자본력으로 승부할 수 없는 바에야 고객의 니즈(Needs)를 정확히 읽고 이를 상품에 반영하는 ‘감각’을 발휘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조금 다른 감성’을 타고난 것, 혹은 특출난 사람이 가진 것이라 치부해서는 안될 일이다. 사실 여행상품에 감성을 담아내는 데는 상당한 수준의 ‘실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여행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 소비자의 여행 트렌드, 여행업 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을 아우르는 게 바로 감각적인 상품을 이끌어내는 실력이 될 것이다.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로 영업이든 OP든 ‘센스’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실력에 기인하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대형 여행사 대표는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상품으로 충성 고객을 갖고 있는 알짜배기 여행사를 추천해달라고 했고, 소규모 지역 전문 여행사 사장은 마케팅하는 방법에 있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좋은 사례를 알려달라 했다. 생각나는 몇몇 여행사를 말해주었지만 두 여행사 사장이 따라할 수 있는 묘책이 없어보였다. 조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형 패키지 여행사에서, 여행업에서 잔뼈가 굵지만 소비자 트렌드를 읽는데 둔감한 사장에게서 감각을 발휘할 ‘밑천’이 보이지 않았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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