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가 보고하는 내국인송객통계, 외국인유치통계, 항공권판매실적 등의 통계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여행사의 실적을 집계하는 일반여행업협회(KATA),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의 통계는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에도 공개되며, 업계의 동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렇다면 여행업계는 이러한 통계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본지는 주요 여행사를 대상으로 업계 통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고쳐야할 부분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수치 ‘뻥튀기’의혹 여전히 깊어
-통상 30~50% 올려 보고하기도
-신뢰성 높이는 보완작업 기해야




■통계 평균 신뢰도? 59%로 낮아

설문에 응한 14개 여행사 관계자들은 협회가 집계하는 통계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평균 신뢰도는 59.2%에 불과했으며, 최저 신뢰도는 0%, 최고치는 80%였다. 신뢰도가 50% 이하라고 답변한 여행사만도 6개 업체에 이르렀다.

‘담당자가 실적 집계 기준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지’<표1>에 대한 물음에는 ‘정확히 알고 있다(81.8%)’는 답이 가장 많았다. ‘자료 제출 시 경영진의 검수를 받는가’에 대해서는 ‘매번 받는다’가 53.8%였고, ‘담당자가 알아서 집계한다’는 18.2%에 불과했다. 이외에 ▲시스템에 등재된 리얼데이타를 제공 ▲100% 사실 보고 중임으로 보고 없음 ▲기업 공시되는 부분은 상시 공유 등의 기타 답변도 있었다.

A여행사는 “정직하게 보고하는 회사도 있지만, 허위통계를 제공하는 여행사가 절반이 넘는 것 같다”고 했고, B여행사는 “회원사들이 매출 및 송출인원을 부풀리고 있음을 알기에 절반만 믿는다”고 답했다.

통계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았지만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고 있었다. ‘통계에 대한 보완을 통해 지속해야 한다’<표2>는 응답이 78.6%로 압도적이었고, 집계할 필요가 없다거나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소수에 머물렀다.

■문제는 ‘정확도·검증 방법 부재’

여행사가 통계에 가진 불만은 역시 정확도였다. ‘현재 통계 관련 불만사항(중복응답)’<표3>이라는 질문에 ‘정확(신뢰)도’라는 응답이 35.5%에 달했다. 또한 ‘자료 검증 방법 부재’라는 응답도 32.3%에 달했다. 통계의 생명은 정확성인데 이 부분에 의구심을 품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통계로서의 가치를 잃은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어서 자율 보고 방식(12.9%), 자료제출업체 숫자(12.9%), 늦은 업데이트 속도(6.5%) 등이 불만사항으로 지적됐다.

각사의 자율보고로 운영되고, 이를 검증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보니 정확성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렇다면 ‘실적을 가감해 제출하는 업체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중복응답)’<표4>에 대한 질문에는, 타사 대비 순위 하락 우려(33.3%), 경쟁사들도 부풀려 작성을 한다고 생각해서(27.8%), 외부의 평판 유지를 위해(27.8%), 순위 상승으로 인한 내부사기 진작(5.6%) 등을 이유로 생각하고 있었다.

■수치에 30~50% 곱해 제출하기도

응답에 참여한 여행사는 대부분 자사의 보고가 정확하다고 답했다. ‘본인 회사의 통계 자료 제출’<표5>에 대한 질문에는 ‘가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76.9%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필요할 때나 지시가 있을 때만 가감을 한다’는 응답이 15.4%, ‘잘 모르겠다’가 7.7%로 조사됐다.

그러나 허위 자료 제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C여행사 관계자는 “메신저 등 비공식적인 루트로 일일 예약 수치를 몇몇 여행사와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일 데이터 누적치와 발표된 통계의 차이가 큰 업체의 경우 일부러 부풀렸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쟁업체를 의식해 일상적으로 수치 올리기를 했다는 업체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통계 보고를 담당했다는 D여행사 관계자는 “최종 산정 수치의 30~50%를 더 올려서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며 “이것은 라이벌과 숫자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경영진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율보고 자체가 한계점

아무리 솔직하게 보고해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각 사의 송객 수치 등에 대한 산정방식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D여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패키지 상품이 대부분이지만 타사는 항공권 판매, 열차 패스, 숙박만 예약하는 경우도 모두 송객으로 잡아 숫자를 부풀리곤 한다”며 “각 사의 보고기준이 제각기 다르다 보니 아무리 정확히 보고한다고 해도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계 정확성을 위한 보완책으로 ‘집계 기준이나 구분 등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47.1%)’는 답변을 꼽았고, 이원화된 실적 집계 창구의 일원화(35.3%)라는 대답도 높게 나왔다.

자율 보고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E여행사는 “내신이 중요한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성적을 성적표에 자율로 적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등수가 높아서 나쁠 것 없고 낮아서 좋을 것이 없기에 자율 통계 집계는 의미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결 방안으로 F여행사는 “관광공사나 서울시 등이 통계 정보를 수집하고, 허위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는 불이익을 줘야한다”며 “전자공시 등 업체선정에도 중요하게 활용되기에 허위보고는 타사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여행업의 신뢰도를 떨어지는 결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 자체 가치 커 … 노력 더해야

이러한 통계의 허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협회 차원에서도 기울이고 있다. 집계의 한계로 100%는 아니지만 최대한 오류를 없애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 이뤄지는 것이다. KATA의 경우 지속적으로 자료 제출에 관한 공지를 실시하고, 최근에는 2차례에 걸친 보고 양식 변경을 통해 애매했던 것을 보다 명확하게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한 예로 ATR업체가 항공홀세일 업체에게 발권받을 경우 양사 모두에게 실적으로 기록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를 막기 위한 구분 등을 추가했다. 또한 기존에 보고 하지 않다가 추천서 등을 위해 갑자기 수개월 치의 자료를 보내는 경우, 이전에는 그냥 받았지만 지금은 은행의 외화획득 증명과 같은 세부 매출 증명을 받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 통계의 중요성이 크다 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더 나은 자료를 위해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협회 통계가 경쟁사 현황, 업체 추이, 연도별 소비자 동향 파악 등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정확한 자료집계 기준 마련 및 검증방법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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