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고객 김씨 “캄보디아로 여행을 다녀온 후 가이드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후기를 씁니다. 더운 날씨에 힘이 들긴 했지만 유적지에 얽혀있는 전설이나 신화, 역사적인 가치 등을 재밌게 설명해준 가이드님 덕분에 집중해서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B사 고객 박씨 “9월15일 출발했던 최악의 방콕 여행을 알리고자 합니다. 본인을 9년차라 소개한 현지 가이드는 ‘여행 싸게 왔으면 많이 사라’는 둥의 발언을 계속해 일정 내내 우리 팀은 가이드의 눈치를 봤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인데 속상합니다”

위 내용은 A사와 B사의 여행후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발췌한 것이다. 두 사람 똑같이 ‘가이드’에 의지한 중저가 패키지투어를 떠났음에도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여행후기 게시판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의 고객은 ‘자신의 가이드가 어떠했는지’ 구구절절 기술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현장에서 가이드는 곧 ‘걸어 다니는 여행사’다. 손님이 어느 여행사로 예약을 했든지 간에 일단 여행을 떠나면 손님은 가이드를 여행사의 전부로 평가하기 마련이다.

잘 키운 가이드 한 명이 ‘열 손님’을 잡을 터인데, 정작 여행사는 가이드를 등한시하기 일쑤다. 물론 여행사 상품 담당자도 가이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일부 여행사에선 간판 가이드를 선발해 ‘우수 가이드가 동행하는 상품’을 개발하가 하면, 가이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 여행사는 ‘상품가’를 맞추기 위해선 랜드사에 또 랜드사는 가이드에게 고통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 패키지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여행사는 저렴한 것만 찾는 손님 때문에 라는 핑계를 댈 순 있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저가 손님을 양산한 주체는 바로 여행사 자신이다. ‘한 번 패키지 여행을 다녀오면 다시는 패키지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는 말은 그냥 지나칠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가이드 스스로도 각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 얼마 전 기자가 모 여행지에서 만났던 가이드는 임기응변으로 행사를 진행해 동행한 일행의 불만을 샀다. 현장에서 가이드가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주지 못한 까닭에 여행 내내 궁금증만 쌓여만 갔다. 지상비가 제대로 지급되는 품격 상품의 일종이었음에도 그는 지불된 돈에 맞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셈이다. 누군가의 여행이 ‘최악’이거나 ‘최선’이 되는 그 기로에는 바로 가이드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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