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J 오키나와 눈독에 OZ 치토세로 맞불
-LCC 공급 확대로‘불가침 노선’ 옅어져
-여행사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기 좋아”



그동안 뜸했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경쟁이 오키나와 노선에서 다시 시작되는 양상이다. 현재는 소강상태이지만, 이를 두고 두 항공사의 신경전이 단순한 기싸움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지역에 암묵적으로 단독 노선을 유지하던 두 항공사가 부쩍 충돌하는 데는 LCC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편집자 주>

■독점…‘보이지 않는 룰’깨지다

물밑에서 벌어졌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신경전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항공이 오키나와현 취항을 검토하자 아시아나항공이 치토세로 맞수를 둔 것이다.
오키나와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로 취항 20주년을 맞는 텃밭 중의 텃밭이다. 오래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단독으로 운항했고, 수익도 다른 일본 노선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중순 경,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오키나와 취항을 위한 사전 현지답사를 떠나는 등 취항 준비를 본격화하자 이에 아시아나항공이 발끈해, 인천-오키나와 증편, 부산-오키나와 취항 등 공급석을 늘려 대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천-치토세 취항을 검토하며 대한항공 쪽에 경고장을 날렸다. 아시아나항공 측 관계자는 지난 17일 “신규 운항 목적지로 치토세를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운항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치토세를 신규 노선으로 거론한 이유는 ‘치토세=범대한항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치토세는 오랫동안 대한항공이 패권을 지킨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이스타항공이 인천-치토세 노선에 정기편을 투입했지만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영향으로 취항 1년만에 백기 투항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항공=오키나와’를 흔들려는 대한항공 진영에 회심의 일격을 날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신경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은 오키나와나 치토세 운항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스케줄 등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시장과 상대사의 반응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키나와·치토세’ 뿐만 아니라 이번 겨울에 아시아나항공이 치앙마이 직항 전세기를 운항하는 것도 비슷한 의미로 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1월7일부터 3월30일까지 목·일요일 주2회로 인천-치앙마이 직항 전세기를 운항할 예정이다. 운항기종은 A330이며 좌석수는 290개이다. 인천에서 오후 8시, 치앙마이에서는 새벽 1시20분에 출발하는 일정이다.

치앙마이는 지난해 비지니스에어와 티웨이항공의 직항 전세기로 단독 노선이라는 이미지가 다소 흐려졌지만, 대한항공이 2007년 10월28일부터 5년 간 단독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알짜 노선이다. 특히 겨울에는 골프여행객으로 좌석 확보가 쉽지 않고, 항공료도 비싼 편이어서, 여행업계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만만치 않은 LCC의 등쌀

이처럼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양사의 ‘불가침’ 관례가 조금씩 깨지는 이유로는 국내외 저비용항공사들의 공격적인 영업과 노선확장이 손꼽힌다.
대한항공은 국내외 LCC의 진출이 활발한 방콕 노선에서 고전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클락 노선에서 진에어, 제스트항공 등의 공세를 막아야하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제주항공은 지난 9월 괌에 취항했고, 내년에는 사이판에 취항할 예정이다. 일본의 경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등이 후쿠오카, 나고야 등에 취항하면서 오래전부터 내려온 ‘가고시마=대한항공, 미야자키=아시아나항공’ 같은 불가침 구도가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충돌은 LCC의 괴롭힘을 피해 활로를 찾아 나선 양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노선에까지 이어진 결과다.

노선 확대 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의 가격공세도 대형항공사의 충돌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어아시아재팬이 인천-나리타 취항을 기념해 내놓은 프로모션 요금은 2,000원. 같은 노선에서 공식으로 출시된 항공료 중에 역대 최저로 최근 LCC의 파격적인 요금 공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LCC는 GDS에 가입해 여행사와 더욱 가까워졌고, 여행사에 배포하는 특가 요금도 파격적이다. 일례로 에어부산·제주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 역시 특정 노선의 부진한 날짜에 한해 유류할증료만 받는 이른바 ‘0원’ 항공권을 출시하기도 한다. 한 중견 직판여행사 임원은 “제주항공은 안 팔리는 날짜에는 몇 만 원짜리 국제선 항공권을 뿌리기도 한다”며 “같은 노선을 운항하는 대형항공사에 비해 LCC에서 요금을 싸게 주면 그쪽으로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대형항공사도 이런 점을 알기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모 LCC가 지난 봄에 여행사에 ‘O원’ 항공권을 공급해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라면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항공사 취사 선택하는 여행사

항공사간의 갈등은 1990년대 운수권을 두고 다투던 대형항공사 VS 대형항공사 구조에서, 2000년대에는 신생 LCC VS 대형항공사의 대칭 구도로 전환됐다. 그러나 1~2년 사이에는, 최근 불거진 에어부산-에어아시아재팬의 사례처럼 국내 LCC VS 해외 LCC의 구도가 추가돼 그 구도가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여행사들은 일단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시장을 관망하며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 대형여행사 관계자는 “장거리는 대형항공사의 영향력이 크겠지만, 단거리 레저 노선은 친여행사 기조인 LCC가 시장을 주도하고, 앞으로도 여행사와 더욱 긴밀해 질 것”이라며 “대형항공사끼리 노선을 두고 갈등을 빚는 현상은 여행사가 항공사를 취사 선택하는 추세가 가속화한 것도 한 몫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형항공사는 국내외 LCC와 차별화를 두면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케냐 나이로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리야드 취항, 스리랑카 정기편 조기 운영 추진 등 장거리 지역으로의 네트워크 확장에 열을 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블라디보스토크 취항도 LCC가 선호하지 않는 상용노선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대형항공사의 이런 행보도 당장은 녹록치 않다. 대한항공의 나이로비 노선의 탑승률은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47.5%로 현저히 낮고, 아시아나항공의 상용 노선 역시 항공사들의 공급이 꾸준히 늘고 있어 대형항공사들의 영업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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