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업이 또 한번 기로에 놓인 시점이다. 물론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여행사와 호텔, 항공사…. 업종별, 업체별로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잠시 우물을 벗어나 전체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ITB아시아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줬다. 권위 있는 관광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발표한 자료들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인·아웃바운드, 온라인 여행업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中 해외여행 소비지출액 4년만에 두배
-아태 지역 온라인 거래, 전체 매출의 22%

싱가포르 글·사진=최승표 기자 hope@




■유럽 위협하는 아시아 아웃바운드

지난 17~19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개최된 ITB아시아에서는 다채로운 주제의 컨퍼런스가 마련됐다. 무엇보다 UNWTO(세계관광기구), WTTC(세계여행관광협의회)와 같은 기관과 주최측인 ITB, 관광 연구 전문회사인 포커스라이트(PhocusWright) 등은 영양가 높은 자료를 공개해 아시아 여행업계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앞날을 준비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했다.

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여행인구는 9억8,300만명으로, 2010년 대비 4.6% 증가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유럽인이지만 6% 이상 증가한 아시아 여행객의 성장세가 가장 높은 편이다.

ITB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전체의 아웃바운드 시장 규모는 1억3,000만명이며, 중국의 총 아웃바운드 규모는 2010년 이미 5,000만명을 넘어섰지만 홍콩, 마카오, 타이완 등을 방문하는 수요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본에 비해 1박 이상 숙박객은 다소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잠재력이 더욱 무서운 것은 관광객의 소비 지출 규모에 있다. 중국 여행객은 지난 2009년 약 548억달러(약 60조원)을 지출했는데 2013년에는 1,055억달러(약 115조원)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 내 인기 여행지 한국은 3위

IT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이 여행하는 해외국가의 76%는 같은 권역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며, 유럽이 14%, 미주는 9%로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내에서는 중국이 30%로 가장 인기가 많았고, 태국(9%), 한국(7%)이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아시아 내 이용객 증가율이 높은 공항들을 보면 카타르 도하, 일본 도쿄, 타이완 타이베이, UAE 두바이, 싱가포르 순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중국, 태국, 한국 등이 상대적으로 환승 수요를 많이 놓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1년 전세계 국가별 인바운드 순위를 보면, 프랑스(7,950만명), 미국(6,230만명), 중국(5,760만명)이 1~3위를 차지했는데 10위 내에는 중국 외에 말레이시아(2,470만명)만이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내 여행 수요에서 한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것을 감안해 보면, 비아시아권 여행객들이 많이 찾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아시아인들의 여행 형태에 대한 조사 자료도 흥미롭다. 아시아인들의 해외여행 목적은 69%가 휴가, 24%가 비즈니스로 나타났는데, 인도인들이 비즈니스 목적 여행이 33%로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가 휴가 목적 여행 비율이 79%로 가장 높았다. 여행 기간은 일본인들이 평균 8일로 가장 길었고, 아시아인들은 유럽을 여행할 경우 평균 8.5일로 가장 길게 여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의 여행에 지출하는 금액은 1,905달러(약 210만원)이며, 하루에 300달러(33만원)를 평균적으로 지출했다. 유럽을 여행할 경우, 평균 3,505달러(약 390만원), 하루에 421달러(46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여전히 오프라인 여행사 선호”

한편 아시아인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비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단, 조사기관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ITB가 IPK인터내셔널이라는 리서치회사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1년 아시아 여행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여행한 비율은 53%였다. 특히 한국, 일본, 인도인들의 인터넷 이용률이 두드러지며, 여행사를 통한 예약은 3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포커스라이트가 호텔공급업체와 주요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해 추정한 자료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아태 지역 전체 여행 매출 3,030억달러(약 330조원) 중 670억달러(약 74조원)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여행업의 규모를 22%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비율은 올해 24%, 내년에는 25%로 전망됐다. 이 수치는 ‘호텔 예약’에 국한된 만큼 항공권이 추가되면 온라인의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포커스라이트는 한국이 IT, 모바일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행객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여행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북아시아 시장으로 분류된 한국은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서도 여행업의 ‘온라인화’가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저가항공의 온라인 예약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고, 신용카드 거래가 제한적인 것 등이 요인으로 지적됐다. 단, 한국은 2016년 4G LTE망 이용자가 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행업의 온라인, 모바일 거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로컴·OTA에 치인 여행사
“수익성 높은 크루즈를 팔아라”

-미국 15~17% 수수료…항공권 대체

이번 ITB아시아에서는 바이어들에게 유용한 컨퍼런스, 패널 토의, 상담 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UNWTO의 관광업 전망, 책임여행, MICE. 상용 여행시장에 대한 분석, 웹인트래블(WIT)의 온라인 여행업 클리닉, 아시아 크루즈 시장 분석 등을 비롯해 중국, 한국,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 특정 시장에 집중된 설명회도 박람회 기간 내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에서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한 크루즈 시장에 대한 설명회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여행잡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ler) 캐롤린 크레민스(Carolyn Kremins) 발행인은 미국의 사례를 들며, 항공사 수수료가 사라지고 거대 온라인 여행사들이 시장을 석권한 지금 중소여행사들의 수익 대안으로 크루즈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크레민스 발행인은 “항공업이 성황을 이루던 90년대까지 여행사 수익의 80%이상은 항공권이었으나 지금은 50% 수준”이라며 “현재 미국에서 크루즈는 15~17%의 수수료를 제공하며 항공, 호텔, 렌터카보다 월등히 고수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크루즈 일정의 앞뒤로 추가적인 여행 기획을 해주면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선사로부터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스타크루즈 브레이든 홀랜드(Braydon Holland) 영업부사장은 “크루즈는 일반 여행상품보다 수익률이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크루즈 회사들은 교육과 마케팅 지원에 적극적인 만큼 여행사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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