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녀온 일본 트레킹에서 한 현지인은 “한국인들은 참 빨리 걸어서 놀랍다”는 말을 했다. 여유롭게 걷는 산행보다 좀 힘들더라도 더 멀리 다녀오고 싶어하는 한국 손님들의 성향 때문에 많은 트레킹 상품이 행군에 가까운 일정을 가지고 있나 보다.

군사정권 시절, 공업화를 우선 과제로 삼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기조로 삼다보니 한국인들의 행동강령은 ‘빨리빨리’로 고착됐다. 속도를 위해 일을 ‘대충대충’하다 보니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등의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이러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화려한 꽃을 피우는 모양새다.

세계에 우뚝 섰던 일본의 IT기업 파나소닉은 올해 7,650억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 20년간 쌓아온 순이익을 모조리 까먹을 처지에 놓였다. 샤프는 4,500억엔의 적자를, 소니는 7분기 연속 적자 이후 겨우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반면 10년 전만 해도 일본기업을 따라잡으려 애썼던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 매출은 52조, 영업이익만 8.1조원에 달했다. 상전벽해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시장의 큰 흐름을 일찍 따라잡지 못했다면 지금의 실적은 없었을 것이다.

과거 우리 업계의 속도감도 타 업종 못지 않다. 다만 접근 방법이 다를 뿐이었다. 어디서 좀 팔린다 싶은 상품은 빨리 베껴서 가져와야 하고,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면 재빨리 자사 상품가에 반영해야 손님을 뺏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예전에는 여행 목적지로 뜬다는 곳이 있으면 너도 나도 전세기를 투입해서 결국 전부 패배의 나락으로 빠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빠르게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는 재빠름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던 것이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계획하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을 이끌어낼 마땅한 방책이 없다는 하소연도 없지 않다. 단지 현상유지를 원한다면 과거와 같은 방법도 통할 수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생태계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의 허물은 벗고 차원이 다른 속도감을 생각해야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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