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한진관광은 B2B 승률을 높이기 위해 직구를 던져왔다. 2013년에는 아예 홀세일러 여행사로 돌아설 계획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양 대 홀세일러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관광이 과연 어떤 정책을 쓸지 업계의 눈길도 쏠리고 있다. ‘직판사’ 라는 세 글자를 뗀 한진관광은 제3의 홀세일러로 도약할까. <편집자주>

-직판 영업 접고 간판으로 돌아서
-대한항공 활용해 공격 영업 돌입
-상권 보호 및 높은 수수료 자신해



■B2B 비율 10%▶55%▶100%?

4년 전 한진관광의 B2B 판매 비중은 10% 선에 불과했다. 90%는 한진관광을 통해 예약이 들어오는 순수 직판 손님이었던 것. 그러나 지금 한진관광의 B2B 판매비중은 무려 55%에 달한다. 55% 중 10~15%는 카드사, 오픈마켓 등을 통한 제휴 판매이며 40%가 여행사를 통한 간접 판매다. 특히 한진관광은 BC카드, 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하나SK카드, 현대카드 등 모든 카드사 여행부문에 파트너사로 입점해 있다. 올해는 모두투어가 단독으로 입점해 있었던 홈플러스에도 진출했다. 홈플러스에 들어간 한진관광의 대리점 개수는 13여 개. 불과 몇 년 만에 간접판매가 직접판매를 뒤엎은 것이다.

2013년 목표는 간접판매가 직접판매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직접판매’를 아예 버릴 생각이다. 직판과 간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진의 홀세일러 커밍아웃은 ‘직판여행사의 신분으로 성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사한다. 일간지 광고를 필두로 온갖 마케팅을 쏟아 부어도 홀세일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한진관광은 고객관리 및 상담이 중요한 ‘칼팍’과 같은 고급 브랜드는 잠정적으로 직판으로 남겨두되, 여타의 모든 사업부는 홀세일러로 체질을 개선한다. 그동안 상품 개발과 상담예약을 함께 도맡았던 OP직원은 이제 ‘상품 개발’에만 전념하게 된다. 상품 판매는 한진관광과 거래하는 중소여행사의 몫이다. 이런 가운데 벌써부터 한진관광의 전 직원은 홀세일러에 적응하기 위한 몸 풀기를 하고 있다. 한진관광 대리점사업팀 김연하 팀장은 “51년 전통의 직판여행사가 일순간에 홀세일러로 도약하긴 쉽지 않다. 직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기에 순차적으로 접근 중”이라며 “간접판매 비중을 2013년 70%, 향후 3년 내 90%를 넘는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나·모두 VS 제3의 홀세일러

현재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후발주자인 한진관광에겐 라이벌이자 일종의 롤 모델이다. 실제 한진관광은 양사의 사례를 분석하는 등 ‘홀세일러’로 도약하기 위한 총알을 장전했다. 하나투어의 전문판매점 수는 현재 1,160여 개, 모두투어 베스트파트너점의 수는 800여 개에 달한다. 양사의 간판을 달지 않았지만 양사의 상품을 공급받는 일반 대리점의 수까지 합하면 시장 점유율은 훨씬 더 커진다. 이에 반해 한진관광의 간판을 단 총판매대리점은 60개 남짓한 수준이다.

영업사원의 수만 보더라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가깝다. 하나투어의 영업사원은 600명, 모두투어의 영업사원은 340명(온라인 영업 제외)에 이르며 양사는 전국에 지사를 두고 조직적으로 홀세일을 위한 네트워크를 다져둔 상태다. 이에 반해 한진관광 대리점사업팀의 직원 수는 14여 명으로 직원 1명이 100개가 넘는 대리점을 관리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한진관광 스스로도 태생부터 홀세일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당장 앞지를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진관광 측은 “제3의 홀세일러로써 한진관광은 양사로 쏠려 있었던 판도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며 “후발 업체이므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보다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며, 동시에 현지 행사의 질을 높여 거래하는 여행사와의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성장 발판으로

그렇다면 후발주자인 한진관광의 히든카드는 무엇일까.
한진관광은 2011년 말부터 미얀마, 케냐, 알래스카, 크로아티아와 같은 중·장거리 신생 지역에 꾸준히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전세기를 투입해왔다. 한진관광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띄우면 그 노선은 대한항공의 정규편이 된다는 말이 정석으로 통할 정도로 한진관광은 대한항공과 밀접하게 신규시장을 개척해왔다. 한진관광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라는 출신성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홀세일러를 선언한 만큼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적극 활용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홀세일러 한진관광이 어떻게 대한항공과 결탁해 사업을 벌일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당장 12월23일 신규 취항하는 대한항공의 스리랑카 노선을 이용해 상품을 정비하고 불교성지 전문 여행사를 중심으로 상품 홍보에 돌입했다.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B2B 설명회도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한진관광 마케팅팀 김영일 팀장은 “여타의 국적사나 외항사의 판매도 함께 가져가긴 하겠지만 대한항공의 자회사라는 강점을 부각해 홀세일러로 자리를 잡을 계획”이라며 “한진관광과 긴밀하게 거래하는 여행사에는 우선적으로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좌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고 특가를 제공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진관광보다 먼저 ‘홀세일러’를 선언했다가 다시 직판으로 돌아선 여행사를 떠올리며, “홀세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비해 상품의 수가 적고 최소 출발이 잘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한진관광 대리점으로 계약한 대리점역시 한진관광 자체 상품만으로는 판매가 어려워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상품을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진관광 김연하 팀장은 “실패한 여행사의 사례를 이미 분석했기에 그들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리점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는 대신 그들의 지역 상권을 보장하고자 계획 중이며 ‘한진’이라는 브랜드를 처음부터 제대로 관리해 대리점과의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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