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크고 작은 송년회가 줄을 잇는 탓에 탁상 달력은 저녁 스케줄로 빼곡하다. 고만고만한 행사는 그 나물에 그 밥 같기 십상이다. 스케일만 큰 행사는 몇 년째 변화 없는 내용으로 일관돼 참석자의 흥미와 재미를 끌지도 못한다. ‘영혼 없는 행사’를 진행하는 주최측은 예산은 예산대로 지출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한다.

반면 작지만 알차고 아이디어가 산뜻한 행사에 참석하면 신선한 인상을 받기도 한다. 효과적으로 참석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곤 한다. 노르웨이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성공적인 행사를 만드는 연출력으로 유명하다. 암전된 상태에서 마술사의 묘기가 벌어지고 한 사람이 조용히 등장해 리본을 절단하면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일도 있었다. 노르웨이 행사는 무언가 특별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고 기대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열린 임프레션 오브 노르웨이(Impression Of Norway)도 성공한 행사로 꼽을 수 있겠다. 1,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에서 최빈국이었던 노르웨이는 1960년대 석유가 발견되면서 세계적인 부국으로 성장했지만 자원의 한계성을 직시했다. 고부가가치 상품을 물색하던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관광산업’이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관광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지정하고 그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하는 데 행사를 활용했다.
조촐했지만 충만한 느낌이었다. 매년 12월10일 노벨평화상시상식이 열리는 장소인 노벨평화센터에 모인 250여명 전원이 기립하자 노르웨이에서 전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소냐 여왕이 등장했다. 무대에 오른 여왕은 노르웨이 구석구석에서 즐겼던 여행 경험을 풀어 놓았다. 유창한 영어로 발표를 준비한 여왕은 농담을 섞어가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압도해갔다. 그 나라의 상징적인 인물이 직접 나서서 여행 산업에 대한 열정을 외신 기자 앞에서 풀어 놓았던 사례는 두고두고 회자될 법했다. 참석자들은 그들의 의지를 인상 깊게 전달받았다. 수 천 명이 모인 대규모 행사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각인된 행사였다고 볼 수 있다.

대개 행사의 성패를 동원된 인원수로 가늠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크기와 화려함이 아니라 ‘내용’ 있는 행사를 고민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면 노르웨이 사례를 참고할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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