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한국 측 결국 합의점 못찾아
-개별여행 확대 가속화 시발점 될듯
OZ 취항 움직임에 시장활성화 기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는 인도네시아 한국어 가이드들이 결국 한국 측 여행업계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지난 5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당장 12월 중에 출발하는 패키지 단체를 모객한 여행사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발리 업계 일부에서는 미봉책을 쓰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발리 여행업계의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해결방안과 앞으로의 발리시장을 예상해본다. <편집자 주>



■파업에 무기력한 한국업체

‘발리한인여행사협회’와 ‘발리한국어 가이드협회’는 지난 3일 협상태이블에 앉았다. 한국 쪽은 한국어 가이드가 파업하면 당장 12월 출발하는 여행객을 상대로 행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가이드피 인상 ▲콜렉트 팁 폐지 ▲쇼핑·옵션 수수료 인상 등 그들의 요구 조건 대부분을 들어주기로 했다. 단 이미 판매된 상품을 고려해 3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 쪽 대표인 류기아 회장에 따르면,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한 지난 4일, 한국어 가이드 쪽 일부가 류 회장을 찾아와 3일 합의 사항을 즉각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류 회장은 요구가 지나치고 절차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발리 한인 여행사끼리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한국어 가이드는 막무가내였다. 이에 3일 협상은 백지화 됐다. 발리한인여행사협회 류기아회장은 지난 4일 “11월말의 미팅에서도 300명 가까운 가이드들이 몰려와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만을 주장했다”며 “12월3일에서 합의한 내용도 바로 다음날 뒤집어버리는 일을 가이드들이 지금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2006년 폭탄 테러가 있을 때에도, 한국 바운드는 두 달 만에 정상화돼 (한국어 가이드들이)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이런 한국 바운드에 지금 같은 파업은 적반하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이드들의 주장과 단체 행동에 현지 업체들은 무방비일 수밖에 없는 상태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여타 동남아 지역에서는 암묵적으로 한국인 가이드가 활동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발리에서는 외국인의 가이드 활동이 철저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썩은 부분은 도려내야’

일부에서는 사태를 봉합할 게 아니라 반대로 ‘한국어 가이드에 대한 보이콧’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주문한다.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단기간은 여행사, 랜드사 모두 타격을 입겠지만 이런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발리 시장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지법상 인도네시아 가이드를 쓰지 않고는 행사가 되지 않는 만큼, 지금 합의가 된다고 해도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언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도 일맥상통한다. B 인도네시아 랜드사 소장은 “당장의 행사 차질 때문에 그들의 뜻대로 합의하면 언제 또 말도 안되는 조건을 들이밀지 모른다 ”며 “썩은 부분을 도려내 듯이 앞으로 다시는 불공평한 단체행동을 하지 못하게 한국 여행업체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발리 현지 업체에 따르면 1990년대, 발리 일본인 여행사들은 이런 방법으로 인도네시아 일본어 가이드와 힘겨루기를 했다. 당시 발리 일본인 여행사는 한 달간 가이드 없는 상품만을 판매했고, 이에 일본어 가이드들이 스스로 백기투항했다.

■대세는 이미 개별여행으로

한국 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발리 지역의 개별여행 확대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가이드 없는 패키지 상품을 실험하기도 했다. 하나투어는 이번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12월 초에 출발하는 단체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가이드 없이 행사를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손님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호텔에서 픽업을 하고, 여행에 필요한 각종 안내도 투숙하는 호텔에서 하도록 조치했다”며 “가이드를 제외하고 차량으로 어트랙션, 식당 등으로 이동하고, 각각의 목적지에서 한국어 직원이 안내하는 형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이런 행사에 대해 불평은 접수되지 않았다. 현지 랜드사 쪽도 개별여행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개별여행 강화, 인센티브 등 고수익 행사 유치 등이 그것이다.
한편, 발리 시장은 이미 개별여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한국에 진출한 가루다오리엔트홀리데이는 매년 판매 신장률이 200% 정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루다오리엔트홀리데이는 경쟁력 있는 요금과 다양한 현지투어 구비 등을 갖춘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의 에어텔 브랜드이다. 가루다오리엔트홀리데이 김신철 차장은 “2010년부터 실적이 매년 200~300% 정도 성장했다”며 “마케팅 덕에 성장한 측면도 있지만, 개별여행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에어텔도 같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OZ, 발리에 활력 불어넣나

이번 가이드 사태는 발리 시장 침체와 관련이 있다. 높은 상품 요금 탓에 다른 동남아 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린다고 판단한 발리 업계가 시장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비상식적인 영업이 지금의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의 발리 취항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양국의 항공협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아시아나항공쪽도 취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상무협정을 해야 하는 절차가 있지만, 발리 취항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 하계시즌 중에 취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취항은 가이드 문제를 포함해 발리 시장 자체를 뒤 흔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다자 경쟁을 통해 항공료 할인 등의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때마침 유럽 경기 침체로 발리를 찾는 유럽인들이 줄어 호텔 업계도 내년에 한국 시장에 호의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자카르타 취항은 4월경, 발리 취항은 7월경으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