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연간 2,19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길다. 네덜란드는 1,377시간, 독일 1,408시간, 노르웨이 1,413시간, 프랑스 1,439시간 등 선진국의 노동시간과 차이가 매우 크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들은 상대적 소득이나 행복지수도 하위권이었다. 더 오래 일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괜히 회자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A여행사 부장을 만났을 때 유급연차휴가 사용률을 물어봤다. 그는 절반도 채 못 썼다고 대답했다. B여행사 임원은 여름휴가 3일을 포함해 4일을 썼다고 했다. 남은 연차는 14일에 달했다. C여행사 팀장은 스터디투어가 연차에서 소진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아직 연차가 남아 있었다.

직원들이 연차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문제가 크다. 직장인에게 휴가란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가족과의 여가생활을 보장해 정서적인 안정을 더하는 중요한 활력소다. 삶의 질 향상과 근무의욕 증진을 통해 노동생산성 증가와 같은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업무가 과중한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휴식 차원에서라도 더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해도 모자랄 것이다.

특히 여행업은 타인에게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 값진 업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의 자유로운 연차 사용은 곧 회사 발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휴식의 과정에서 스스로 느끼며 겪어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거나 더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업계 종사자조차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업무에만 매몰돼 있는 것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는 자유로운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진짜 속내는 연차수당을 지급하기 싫어서라는 비난도 있다. 그래서 많은 직원들이 회사에 휴가계를 내고 나와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여행사들의 연차 소진율이 90%에 육박하는 이유다.

스마트한 세상이다. 언제까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열심이라고 칭찬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2013년이 밝아오는 지금도 열악한 노동환경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전화기만 스마트하다고 사람까지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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