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해외여행자유화가 시작된 이래 국내 여행사의 외형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국내 여행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투어만 보아도 매출액이 2011년 기준 2,260억원에 1,690명의 직원이 일한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크기를 훌쩍 넘는 대형 상장 여행사도 7곳이다. 올해 대규모 신규채용을 진행한 곳도 롯데관광, 한진관광, 모두투어 등 5~6개사에 이른다. 업계 규모가 커진 만큼 회사는 직원들을 잘 돌보고 있을까? 모객과 실적위주로만 몰아붙이지 않았을까. 올 한해, 여행사들의 복지 수준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중소 규모 여행사 ‘복지넷’이 해답
-알고 보면 직원 복지 늘릴 방법 많아

■직원 ‘급여 및 근무환경 불만’ 여전

회사의 경영자원 중에 으뜸은 직원이다. 상품 개발과 판매, 고객 응대, 자금 운용 등 일체의 경영활동이 직원 개개인이 맡은 업무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이직률이 높은 업계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여행신문이 여행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가장 이직 및 퇴사하고 싶을 때’를 물은 결과, 35%가 열악한 급여 및 복지, 9%가 비전 및 적성을 꼽았다. 여행인들의 이직 사유 중에는 복지제도에 대한 불만이 빠지지 않는다. 규모가 작은 기업 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하다. 연봉 역시 커진 업계 외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 중견기업 100개사의 대졸신입사원의 초임연봉이 평균 3,075만원인데 비해 여행업계에선 주로 3~5년차에 이 같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재관리전략이나 구직자의 직장 선택 기준에 있어 ‘직원복지’는 항상 상위에 랭크 되는 핵심 요소이다. 직원복지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복지제도를 어떻게 운영 할 것인가’는 경영자와 인사팀의 계속되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복지예산과 운영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직원복지를 챙기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아직까지 실적위주의 성과제, 성과급 제공에만 복지가 쏠려있는 것이 여행업계의 현실이다. 그나마 규모가 작은 여행사들은 기본적인 복지제도도 갖추고 있지 못한 곳이 많다.

■사람들이 샘 낼만한 여행사 복지는?

여행사 가운데 타 여행사의 부러움을 살만한 복지제도를 가진 곳은 어딜까.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여행박사다. ‘회사가 집을 마련해주고 돈도 준다?’ 여행박사는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왕복3시간 이상의 거리)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 현재 삼각지역 인근 5층 건물에 마련된 기숙사에는 2인1실로 25명이 입주해있는 상태다. 직원들은 가스비와 전기세만 내면 된다. 200명 규모의 여행사에서 25명이 살고 있으니 10%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셈이다. 여행박사는 “신입사원을 매년 뽑기는 하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이직이 없어 회사에선 고민스러울 정도”라고 말한다. 직원이 사망할 경우 직원의 가족에게 1년간 직원의 급여를 대신 내주는 제도도 갖고 있다. 재밌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12월 19일 전 직원이 투표를 하고 인증샷을 올릴 경우 개인 당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지사의 한 직원은 왕복 26시간이 걸려 재외국민투표를 한 뒤 본사에 인증샷을 찍어 보냈다고 한다.

모두투어는 내년 1월1일부터 전직원에게 복지카드를 지급한다. 1인당 연간 60만원이 사용가능한 포인트 카드로 해당 복지몰에 들어가 정해진 한도 내에서 원하는 부분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회사의 복지제도는 많지만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없어’라며 불만이었던 직원들이 자기개발비, 의료비 등 자신이 필요로 하는 복지를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내일투어는 연 1회 이상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부모, 부모의 여행경비를 전액 지원해 ‘5성급 럭셔리’여행을 보내준다. 만 3년 근속시 6개월간 어학연수를 갈 경우 항공 지원과 유급 휴가를 지원한다. 1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1개월간의 배낭여행 지원과 항공 및 현지 체재비를 전액 지원해준다. 참좋은여행은 직원이 자전거를 살 경우 자전거 종류에 관계없이 40%를 지원한다. 이 혜택을 받아 자전거를 구매한 직원만 20여명이라고 한다. 한진관광은 직원 자녀의 학자금(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비)을 전액 지원하고 하나투어는 3년이상의 근속자에게 1개월이상의 안식년을 5년이상 3개월, 10년이상 최대 1년의 안식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입사 1년 미만의 직원이 가족여행을 할 경우 출장으로 처리를 해주거나 스터디 투어 성격의 경우 출장으로 처리해준다.

■소규모 여행사 “복지는 커녕”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복지’를 갖추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당장의 수익에 급급해 회사 이미지 만들기에만 열 올리다보니 직원의 사기나 의욕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여행사 직원은 “대형여행사에선 만족스런 매출액이 나와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직원복지를 늘릴 수 있지만 중소규모 여행사들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여행신문의 조사결과 “이렇다 할 복지제도가 없다”고 응답한 중소여행사가 대다수였다. 심지어 여행사 직원들이 현장 감각을 익힐 수 있는 팸투어 기회마저도 제한하는 여행사도 많다. 팸투어에 다녀온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생색내기’식 팸투어 출장, 성수기 기간 잦은 야근, 연차소진이 불가능한 업무환경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예산타령만 할 것이 아니다. 찾아보면 방법은 충분히 많다. 중소규모 여행사들은 적은 비용으로 직원들의 복지를 돕는 선택적 복지 전문 서비스기업과 제휴를 맺거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근로복지넷(www.work dream.net)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근로자상담서비스(EAP), 주거지, 학자금, 휴양시설(콘도) 등을 지원해 주고 있으니 한번 참고해 볼 만하다. 특히 17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임대주택 입주시 최대 4년 거주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월세가 10만원 이하로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십, 수천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여행사의 1인당 매출 기여도가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에 달한다. 여행업계의 모토가 양적 발전에서 질적 발전으로 돌아 선 만큼 이제 각 사의 외형 늘리기나 이미지 가꾸기 보다는 진정한 일꾼 ‘직원’들에게 ‘어떤 투자를 하면 좋을지’ 골몰해야 할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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