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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노사키 온천마을의 아침은 조용하고 또 부산하다. 마을 안에 있는 7개의 공동온천장이 문을 여는 아침 7시. 겨울이라 날이 채밝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 ‘순례’에 나선 사람들이있다. 딸각 딸각. 동트는 아침 온천장으로 향하는 게다 소리는 탁발에 나선 스님의 목탁 소리 같다.


일본 기노사키 글·사진=도선미 Travie Writer
취재협조=간사이지역진흥재단(www.kansai.gr.jp/kr)

■묘하게 중독되는 ‘온센 메구리’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은 온천의 나라다. 전세계 활화산의 10%가 일본에 있고, 유후인, 벳부, 아리마 등 뜨거운 화산의 기운을 담은 유명 온천만도 수백 개다. 기노사키 온천은 이중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독특한 분위기와 테마로 주목 받고 있다.

교토에서 출발한 기차는 2시간 반만에 기노사키온센역에 도착했다. 온천 마을의 풍모는 역에서 내리자마자 느낄 수 있다. 역 앞에는 마시는 온천인 ‘음천’과 마을에서 가장 큰 온천장 사토노유가 있다. 천천히 걸어서 1시간이면 버드나무를 심은 개천과 낮은 구릉으로 둘러싸인 이 포근하고 소박한 온천마을을 웬만큼 다 돌아볼 수 있다.

이 마을에는 사토노유를 비롯해 7개의 공동 온천장이 있다. 마을 내 료칸에 숙박하면 료칸에 딸린 온천 외에 7개의 공동 온천장이 무료다. 당일로 여행오는 사람들은 각각의 온천장을 이용하거나 1,000엔을 내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7개 온천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목욕하는 것을 이곳에선 ‘온센 메구리(온천 순례)’라고 하는데, 이 중독성 강한 온센 메구리가 바로 기노사키 만의 매력이다.

■게다 신고 유카타 입고

온센 메구리의 좋은 점은 굳이 오랜 시간 무리할 필요없이 짧고 다양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온천수는 보통 섭씨 25도에서 65도까지 매우 뜨겁기 때문에 15분 이상 탕에 있는 것은 오히려 독이다. 온천장을 돌며 인증 스탬프를 찍고, 온천욕을 하고, 디저트를 먹고, 걷다가 추워지면 다시 목욕을 하는 이 순례식 온천법은 그래서 지극히 자연스럽다. 특히 목욕 후 나눠 먹는 바나나 우유의 경이로운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온센 메구리 틈틈이 즐기는 디저트와 산책의 묘미도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온센 메구리를 할 때는 입고 벗기 좋도록 유카타(일본 전통 목욕 가운)를 입는 게 필수다. 대부분의 료칸에서 유카타와 게다를 무료로 빌려준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유카타와 게다, 목욕 바구니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이유도 전혀 없다.
7개의 온천장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10개의 탕을 갖춘 사토노유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온천장은 노천탕을 포함해 1~2개 탕을 가진 작은 규모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스파랜드식 온천이 좋다면 사토노유를, 열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섭씨 62도가 넘는 야나기유를, 아담한 히노키 욕조에서 혼자만의 사색에 잠기고 싶은 사람은 만다라유를 추천한다. 고호리카와 천황의 황자인 안카몬이 다녀갔다는 고쇼노유의 폭포 노천탕, 온천의학자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치노유의 동굴탕도 이색적이다.

■돌에서 온천이 솟아나다

기노사키 온천이 알려진 것은 최근이지만 그 역사는 14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 전설에 의하면 도우치 쇼닌(Douchi Shonin)이라는 스님이 717년 경 1000일 동안 기도한 끝에 바위에서 온천이 솟아나게 했다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13세기 초 지은 절이 마을 끝에 있는 온천사다. 절 초입에서 실제로 커다란 바위에서 솟아오르는 원천을 볼 수 있다.

최초의 온천장인 코우노유는 원천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인데, 다리를 다친 황새가 상처를 치유했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그 이후로도 많은 유명인사들이 기노사키에서 요양했다. 일본에서 ‘소설의 신’으로 추앙받는 소설가 ‘시가 나오야’는 1913년 3주간 기노사키에서 머물렀고, 이를 바탕으로 ‘기노사키에서’라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기노사키 온천에서는 이른 아침과 늦은 밤, 꼭 온천욕을 해보기 바란다. 이른 아침에는 지도도 필요없다. 온천장마다 피어오르는 따뜻한 증기가 이정표다. 온천사 주변을 산책한 후 탕에 들어가 차가워진 몸을 녹일 때의 짜릿함은 비할 데가 없다. 운이 좋으면 가장 먼저 온 손님에게 주는 작은 기념패도 받을 수 있다. 늦은 밤에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보며 대나무로 둘러싸인 노천탕에 몸을 담가보자. 가슴 아래로 느껴지는 뜨거움, 가슴 위로 엄습하는 팽팽한 한기는 자연이 내 몸에 전하는 최상의 상쾌함이다.



1. 7개의 온천장 순례를 위해서는 유카타를 입는 게 필수다
2. 천황의 황자가 다녀갔다는 고쇼노유. 폭포노천탕으로 유명하다
3. 바위에서 솟아난 기노사키의 원천은 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 찾아가기
오사카, 고베, 교토에서 버스나 기차로 갈 수 있다. 오사카 우메다역 출발 기노사키행 버스는 매일 오전 9시30분, 오후 1시20분, 6시20분에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3시간20분, 요금은 편도 3,600엔이다. 고베 산노미야역 출발 기노사키행 버스는 매일 오후 12시30분, 4시30분, 6시45분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요금은 편도 3,200엔이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교토와 신오사카에서 직행 열차가 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시간 1대꼴로 운행된다. 신오사카 출발 요금 3,260엔, 소요시간 2시간50분이며, 교토 출발 요금 2,520엔, 소요시간 2시간20분이다. 간사이 지역을 넓게 여행하는 경우는 JR간사이와이드패스(JR Kansai Wide Area Pass/6,000엔)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4일 동안 간사이 지역을 기차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며, 관광지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www.jr-odekake.net/global/ kr/jwrp/)

# 숙박하기
기노사키 온천 료칸협회 홈페이지(kinosaki-web.com/en)에서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하거나 기노사키온센역 앞 안내센터에서 당일 예약하면 된다. 협회에 가입된 료칸만 107개에 달하는데,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이중 가장 유서깊고 고급스런 곳으로 니시무라야 료칸(www.nishimuraya.ne.jp/honkan)을 꼽을 수 있다. 1박 1인, 조식과 석식 포함 기준으로 28,000엔~4만8,000엔이다. 정원을 갖춘 전통적인 료칸 구조와 세심한 서비스, 조석식 가이세키 요리가 이곳의 매력이다.
협회 소속 료칸에 숙박할 시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7개 온천장 자유이용권을 받을 수 있으며, 역앞 안내센터에서 료칸까지 무료로 짐을 부칠 수 있다. 12시부터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주요 온천장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무료다. 역앞 안내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 먹고 마시기
바다에서 가까운 기노사키는 해산물로 유명하다. 특히 11월부터 3월까지는 바야흐로 대게의 계절. 기노사키 인근 바다에서 잡힌 게를 ‘마츠바 게’라고 부르는데, 3년 이상 다 자란 참게를 잡아 굽거나 찜으로 먹는다. 여러 번의 탈피를 반복해 자랐기 때문에 속살이 꽉 들어차 쫄깃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 마츠바 게 요리는 특히 지역 맥주인 ‘기노사키 맥주’, 대게철에 맞춰 겨울에만 생산되는 ‘가니(게) 맥주’와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역앞 거리(Station Street)에 대게 전문 식당이 많다. 이외에도 기노사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베 소고기의 원 품종인 타지마 소고기(Tajima Beef)의 원산지다. 타지마 소고기는 매우 고소하고 부드럽다. 덮밥 종류는 비교적 저렴하고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온천 후 먹을만한 시원한 디저트는 온천 거리(Yunosato Street) 중간에 있는 키야마치 아케이드(Kiyamachi Arcade)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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