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한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선정됐다. 교수 626명이 뽑은 이 한자성어는 ‘세상이 온통 탁해 홀로 깨어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올해 여행업계의 분위기도 거세개탁이었다. 총선, 여수세계박람회, 올림픽, 대선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있었던 까닭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한해를 넘겼다. 또한 하나같이 ‘불황’을 입에 올렸다. 경기가 좋지 못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례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추석 연휴가 있었던 9월을 제외하곤 대부분 작년보다 떨어졌다. 365일 세일을 내걸었던 백화점은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당연히 여행시장도 잔뜩 움츠러들 것만 같았다.

실제 결과는 어떠했는가. 외래관광객 1,000만 시대가 열리면서 인바운드 시장은 어느 때보다 부풀어 올랐고, 예측할 수 없었던 아웃바운드 실적도 수치상으로 나쁘지 않았다. 성수기였던 7월 해외여행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찍었으며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말까지 출국자 1,360만여 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실적이 좋았던 2007년의 해외여행객은 1,300만 명이었다. 일각에선 경제가 어려워도 ‘여행’만은 포기하지 않는 문화가 비로소 정착된 것이라 진단했다. 영업이 부진해 어려운 시기를 보낸 자에겐 잔인한 얘기지만, 올해 여행시장은 불황이 아니라 ‘호황’이었다. 최근에는 환율까지 떨어지며 청신호가 켜지는 듯하다.

그러나 당당하게 ‘호황이었다’고 ‘내년도 호황일 것’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분명 여행인이 체감한 온도와 통계자료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특히 전체 파이가 커졌다고 하지만 중소형 업체는 오히려 배를 주렸다. 무엇보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경쟁은 더 치열한 법. 인바운드 종사자든 아웃바운드 종사자든 제 살 깎기 식 싸움에 지친 모습이다.

또다시 2013년을 살아야 한다. 거세개탁은 중국 초나라 시인인 굴원의 ‘어부사’에서 유래했다. 간신의 모함으로 쫓겨난 굴원은 세상을 한탄하며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맑고, 뭇사람이 취해 있는데 나만 깨어있다”고 한탄했다. 이를 본 어부가 말한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경거망동하지 않는 자만이 2013년에도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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