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여행업계에서 ‘보이지 않는 요금’이 대거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 개정으로 부가가치세, 봉사료, 유류할증료 등 기본료 외에 추가되던 각종 항목이 최종지불요금으로 통합된다. 당초 관련 내용이 전해졌을 때 해당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높일 수 있다며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업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적극적인 대처의 움직임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관련 문제에 대한 여파와 업계 반응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유류세·봉사료 등 판매요금에 포함
-당초 여행심리 위축 우려해 반대도
-신뢰 향상 전망에 긍정적으로 변화



▶배보다 배꼽, 유류할증료

지난 2008년 모 항공사는 도쿄 경유 뉴욕행 항공가를 1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인천-도쿄, 도쿄-뉴욕의 유류할증료는 왕복 시 688달러였고 이를 그 때 환율로 환산하면 100만원이 넘었다. 이원구간의 높은 유류할증료 때문에 유류할증료 및 TAX를 합한 총 결제대금은 결국 122만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항공료의 10배에 달하는 부담액을 결제단계에 이르러서야 알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A여행사는 모 소셜커머스에서 ‘국적사 도쿄 1박3일 왕복항공권’을 판매 중이다. 항공권 가격은 13만9,000원이나 유류할증료 및 TAX는 14만원으로 오히려 더 비싸다. B여행사도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타이베이 왕복항공권’을 19만9,000원에 판매 중이지만 불포함사항인 유류할증료 및 TAX는 15만원으로 판매가의 75%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안에 항공가에 유류할증료가 포함되는 총액표시제가 도입되면 여행객이 저렴한 가격에 전화를 하고 실망하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전면 실시 단계는 아니지만 여행상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할증료 및 TAX가 지난해부터 항공료에 포함돼 표시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총액운임 표시제 도입(항공법 개정 입법예고)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여러 항공사와 협의했고 국적항공사(LCC 포함)의 경우 8월1일부터 시행 중이다.

총액운임표시제는 항공사가 유류할증료 등을 포함한 총액운임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포함 대상은 항공료, 유류할증료, 공항시설이용료, 빈곤퇴치기금, 관광진흥기금, 전쟁보험료 등 소비자가 실제로 납부해야 하는 모든 항목이다. 항공권을 판매하는 업체는 인터넷·신문·방송 등에 광고를 하거나, 전화나 영업점을 통한 예약·판매, 인터넷 예약·판매 등에 있어 총액운임을 표시해야 한다. 국토부는 총액운임표시제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항공법 개정을 올해 완료할 계획이다.

원래 총액운임표시제는 법적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시행됐기에 외국항공사는 시행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항공사와 여행사의 경우 시스템 정비 등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국토부가 항공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본격 도입은 시간문제다.

▶총액운임표시제 도입 초읽기

당초 총액운임표시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 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항공사는 유가의 변동을 걱정했다. 6개월 후의 항공권을 예매해도 유류할증료는 현재 시점의 것을 따르므로 미래에 유가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다. 즉 유가가 심하게 변동될 시, 상황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또한 여행사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가격의 압박이 커져 여행 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대한항공 뉴욕 왕복항공권을 광고하는 경우 기존처럼 100만원 대가 아닌 40만원 대의 유류할증료와 TAX를 더한 200만원 수준으로 총액을 알려야 하니 가격만 보고 예약 문의 조차 못하는 손님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약시점보다 유류할증료가 크게 떨어질 경우 차익을 돌려달라는 시비 역시 모두 여행사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도 걱정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따라서 업체들마다 타사의 눈치를 보고 최대한 도입을 늦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지불해야 할 총액운임을 쉽게 알 수 있게 되는 만큼 업계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여행사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항공법이 개정돼 총액운임표시제가 시행되더라도, 여행사는 항공권 판매 시에만 법을 따르면 된다. 기타 기획여행상품, 개별여행상품의 경우 총액운임을 표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시스템적으로 현재 분리 표시되는 항공료와 유류할증료를 합산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나마 여행사마다 법 개정에 맞춰 비슷한 시기에 시행하는 만큼 부작용도 우려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많은 소비자는 이미 유류할증료의 개념을 잘 알고 익숙해져 있는 만큼 총액운임표시제가 시행되더라도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전망도 있었다. 모두투어 상품기획본부 강기태 부본부장은 “유류할증료가 도입된 지 상당 시간이 지난 만큼 소비자도 이미 익숙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요즘 여행객은 모두 따져보고 까다롭게 구매하기 때문에 총액을 표시한다고 해서 여행심리 자체가 위축되는 현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총액운임표시제를 의무화할 항공법개정안은 당초 목표했던 2012년 말보다 다소 늦춰지게 됐다. 국토해양부 측은 “2012년 법 개정을 하려고 했는데 법제처에서 처리해야할 것이 많아 심사가 지연될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따라서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나 2013년 내에는 항공사나 여행사에서 시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식당·카페도 예외없다

식당이나 카페 등은 이미 총액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A호텔의 지난해 저녁 뷔폐 식사 가격은 1인당 7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손님이 계산할 때는 9만750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른바 ‘텐텐요금’으로 불리는 부가가치세와 봉사료가 각각 10%씩 부과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이와 같이 부가세나 봉사료를 별도로 표시하고 실제 가격보다 싸게 보이던 문제가 개선된다. 올해 1월1일부터는 음식점, 커피전문점, 호텔 식당 등 모든 식품접객업소(위탁급식영업 제외)에서는 메뉴판에 가격을 표시할 때 기존처럼 봉사료 10%, 부가가치세 10% 별도 등을 표시하는 대신 소비자가 실제로 내는 최종 가격만 표시할 수 있다.

아울러 1월부터 면적 150㎡이상(약 45평)의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은 가격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외부에 가격 표시를 해야 한다. 외부 가격표시는 가격과 메뉴(5개 이상 권장)를 소비자가 알아보기 쉬운 장소(출입구 등)에 게시해 업소에 들어가기 전에 가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법 개정 이후 인바운드 여행사나 호텔 및 대형음식점 측은 이용객이 지불하는 금액이 전과 동일하기에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내국인 소비자나 외국인 관광객의 식당 이용 편의가 더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79년 첫 도입된 10% 봉사료의 명암

우리나라에 봉사료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79년이다. 당시 교통부가 내놓은 ‘관광호텔 봉사료 실시 요령’에 따라 10% 정률제로 시행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봉사료는 고객이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자율적으로 지급하는 것이기에 일괄 10%를 부과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왔다.

호텔 측은 팁이 후한 투숙객만 따라 다니거나 적으면 서비스가 부실해지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일률적으로 봉사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행사에서는 봉사료 10% 정률 적용 때문에 차별적인 서비스 경쟁이 힘들고, 비용 부담도 커지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호텔이 봉사료를 매출로 잡고 일부를 직원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특별히 서비스 향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노력에 상관없이 똑같은 성과가 지급되기에 결국 소비자가 누릴 권리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단체와 인바운드 여행사 등은 고객들의 부담을 줄이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봉사료 제도를 폐지하거나 단체관광객의 경우 5% 이하로 인하하는 등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 내놓았었다. 하지만 이번 봉사료 통합으로 인해 눈에 보이는 요금이 사라지게 되므로 폐지 주장도 힘이 빠지게 됐다.

모두투어인터내셔널 장유재 사장은 “최근 모객이 어려운 호텔들은 객실 가격을 인하했었는데 식사에서 봉사료를 빼는 경우 객실 가격에 얹어서 수익을 보전하기도 한다”며 “봉사료 통합 이후 폐지나 차등 적용을 요구하기가 다소 애매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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