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A 공세에 국내업계는 OTL…올해가 분수령

선수입장도, 끝났고 몸풀기도 끝났다. 아니 이 용병들은 이미 전반 초반 경기장을 헤집고 있고, 이미 체력이 약한 몇몇 선수들은 주저앉았다. OTA(Online Travel Agencies) 시장 이야기다. 해외 OTA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온라인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B2C 시장뿐이 아니다. 익스피디아, 아고다 등과 제휴한 여행사들은 이들을 통한 예약이 급증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를 국내외 강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수백억원 마케팅 공세에 B2C 시장 속수무책
-B2B·상용시장 등 ‘휴먼터치’서비스도 위협

■야후·월마트·HTC와 다른 OTA행보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야후(Yahoo)의 한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하소연 했다. 물론 야후가 한국시장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HTC, 까르푸, 월마트 등 한국에서 실패한 외국기업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여행시장에서만큼은 이런 이야기가 통하지 않고 있다. 어떤 여행사를 통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여행상품의 특성 때문일까? 지금까지 외국계 OTA들은 비교적 한국시장에 잘 안착하고 있다. 이미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익스피디아나 아고다는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온라인 여행시장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지난해 3사분기까지 호텔 예약 실적이 2011년 동기 대비 27%, 수익율은 18% 증가했다. 아고다와 부킹닷컴의 모기업인 프라이스라인은 지난해 3사분기까지 순수익이 2011년 동기 대비 36% 성장했다. 양사 모두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같은 고공 성장을 가능케 했다고 진단했다. 아직까지 이들이 한국 내에서 어떤 실적을 거두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위권 업체들과의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익스피디아 “당분간 호텔에 집중”

올 한해 외국계 OTA들은 기존의 사업 영역을 유지하며 더욱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익스피디아와 계열사인 호텔스닷컴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광고를 집행했는데 그 금액이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은 올해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상품 운영 방식은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익스피디아의 경우, 호텔 예약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렌터카 예약 서비스를 개시했고, 에어아시아 항공권과 에어텔 상품의 홍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익스피디아 유은경 차장은 “올해도 호텔을 중심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며, 특히 한국의 모바일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스닷컴은 ‘웰컴리워드’라는 보상 프로그램의 강점을 지속 홍보하고, 후불 결제 시스템을 선보여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프라이스라인 계열사의 행보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아고다의 경우, 마케팅은 본사에서 담당하며, 한국사무소에서는 제휴 및 호텔 영업에 전념하고 있다. 광고 또한 철저하게 온라인에만 집중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부킹닷컴도 비슷한 모양새다.

한편 외국계 여행사들은 그동안 무책임한 서비스와 여행업 무등록에 대한 비난을 거세게 받고 있지만 크게 괘념치 않는 모습이다. 현재의 국내 법망으로 이들을 규제할 방법이 없고, 이미 전세계에서 같은 경험을 축적한 까닭이다. 여기에는 일부 서비스가 부실해도 가격과 광고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얼마든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업체간 피말리는 B2B 경쟁

상대적으로 외국계 OTA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는 상용, B2B 시장이다. 익스피디아의 계열사인 EAN과 아고다 등은 시스템을 중심으로 비교적 규모가 큰 여행사들과 제휴하고 있지만 ‘휴먼터치’가 중요한 상용 여행사나 중소 여행사 대상 영업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간 B2B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과열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호텔 공급업체, OTA들의 고객인 중소여행사들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권 수수료 폐지가 중소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왔다면, LCC와 OTA의 시장 확대로 FIT 여행객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비코티에스 이미순 대표는 “확연하진 않아도 거래처 여행사들이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것이 곧 우리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OTA들은 휴먼터치(Human touch)서비스에서 국내 업체를 따라올 수 없지만 임박 예약 시 가용 호텔이 많고, 다양한 특가와 쿠폰 등의 강점이 여행객뿐 아니라 여행사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한 국내 호텔 홀세일 업체 관계자는 “여행사 직원들이 OTA의 쿠폰을 이용해 손님의 예약을 대행하거나 막판에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OTA를 통해 특가 상품을 예약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안은 에어텔, 다이내믹패키지”

이처럼 외국계 OTA들이 영역 확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해외 OTA와 같은 무기로 싸우든가,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틈새를 공략하든가 두 개의 길만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 N드라이브, 블로그·커뮤니티 등 부가적인 서비스로 구글을 따돌린 것처럼 국내 OTA들이 자기 영역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어차피 업체마다 호텔 상품과 가격은 대동소이하고, 국내업체들이 마케팅으로 상대할 수는 없기에 OTA들이 범접하지 못하고 있는 항공권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장바구니 형태의 다이내믹 패키지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인터파크투어가 대표적이다. 이미 다이내믹 패키지를 선보인 트래포트 외에도 하나투어도 꾸준히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OTA들과 같이 글로벌 사업에 가속도를 내는 것도 또 하나의 대응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해외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하나투어 외에도, 비코티에스가 싱가포르, 방콕 등으로 지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업체들은 아코르, 베스트웨스턴 등 글로벌 호텔 체인과 직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강화하고 있지만 어떤 시너지를 이룰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 국내호텔도 OTA 전성시대
일본시장 침체로 의존도 더욱 높아져

해외호텔뿐만이 아니라 외국계 OTA들의 국내 호텔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익스피디아는 서울 시내 호텔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주요 OTA들의 인기 도시 상위권에는 항상 서울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몇 년새 서울을 중심으로 신규 호텔들이 속속 들어섰지만 한일 관계가 냉각기에 돌입하면서 호텔들은 영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결국 호텔들은 판매망이 다양한 익스피디아, 아고다, 부킹닷컴 등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비즈니스호텔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 호텔들은 객실이 많지 않아 단체 여행객을 받기도 어려워 FIT 여행객 유치를 위해 OTA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서울시내 1급호텔 관계자는 “지명도가 높지 않은 신규 호텔 입장에서는 해외 OTA들을 통해 영업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며 “수수료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외국계 홀세일 업체보다 고객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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