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루즈, 인·아웃바운드 엇갈린 표정

크루즈가 관광 상품의 한 영역으로 본격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여행업계의 표정은 상반되고 있다. 먼저 ‘크루즈의 대중화’를 외치고 기대한 것은 아웃바운드 시장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년새 급성장이 이뤄진 쪽은 인바운드다. 중국 시장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급기야 2014년에는 2만5,000명 규모의 중국 암웨이 인센티브 단체가 크루즈를 타고 한국으로 몰려온다. 마냥 좋아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아직까지 국내 주요 기항지는 수용태세가 취약한 까닭이다. 아웃바운드는 동북아 상품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외래객 25만명 크루즈로 입국

법무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를 이용해 한국 땅을 밟은 외래객은 23만1,964명이었다. 그러나 한명의 외래객이 인천, 제주, 부산 등 다양한 지역을 기항했을 경우로 감안하면 약 25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25만명은 전체 방한 외래객의 2% 수준으로 결코 작지 않은 수치다. 성장률을 보면 더욱 놀랍다. 5년 전인, 지난 2007년에 한국에 입항한 크루즈 선박은 56척에 승객은 3만3,473명이었다. 5년 새에 입항 크루즈는 3배 늘었을 뿐인데, 방문객은 9배가 늘었다. 그만큼 대형 크루즈 선박이 많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17개 선사, 24개 선박이 총 379회 입항을 예고하고 있으며, 약 40만명의 외래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산업이 급성장하자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 유관업체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항만 시설 및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중장기적 계획으로 진행된다면, 전문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협력을 이뤄내는 소프트웨어적인 투자도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한국에 기항하는 주요 선사, 중국 여행업계 등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으며, 유관 부서의 협조를 받아 크루즈 시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를 정기적으로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인 기항지에서 998달러 지출

인바운드 관점에서 크루즈시장의 급성장은 절대적으로 중국 시장이 견인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 입항하는 크루즈가 급증하는 것도 중국인 수요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으면서 한중일 3국을 운항했던 크루즈의 대부분은 한-중, 한-일로 이분화되면서 한국은 일종의 ‘긍정적 샌드위치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올해는 새로운 크루즈 선사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노선에 터주대감 노릇을 했던 코스타크루즈, 로얄캐리비안크루즈 외에도 프린세스크루즈, 스타크루즈 등 세계적인 규모의 선사들이 입항할 예정이며, 중국의 하이난항공그룹도 57회 입항을 예고했다.

중국인 크루즈 방문객은 규모도 규모지만 기항지에서 지출 금액도 다른 국가의 외래객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관광공사가 실시한 크루즈 외래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 외래객들이 기항지에서 지출한 금액은 중국어권 998달러, 일어권 399달러, 영어권 115달러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기항지 프로그램 비용을 제외한 것으로 쇼핑 선호도가 높은 중국 관광객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크루즈 외래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다양한 기항지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고 있고,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장소도 면세점이나 쇼핑센터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임종우 관광상품팀 대리는 “크루즈 여행객이 다양한 여행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국내 관련 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면과제”라며 “이를 위해 기항지 투어를 담당하는 여행사와 선사들에게 다양한 여행 일정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크루즈 불안정한 운영 ‘한계’

지난 2012년은 한국 국적 크루즈가 처음으로 출항한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했다. 하모니크루즈가 출현한 것이다. 올해는 한중 자본이 합작된 로터스마인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하모니크루즈는 취항 1년만에 운휴를 결정해 미래가 불투명하고, 로터스마인도 2월부터 제주-상하이간 운항을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선박 계약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 국적 크루즈가 제대로 안착도 하기 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인아웃바운드 시장을 균형있게 공략하지 못하고, 선내 시설 운영이나 상품 판매 등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준비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허가로 카지노 시설을 운영하게 되면 크루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모니크루즈의 운휴로, 올해는 한국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 상품은 매우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로얄캐리비안은 14만톤급 크루즈 2대가 한국에 기항만 할 뿐, 한국에서 탑승할 수 있는 일정은 아직까지 미정인 상태다. 코스타크루즈도 마찬가지다. 단 롯데관광이 6월에 전세선을 운영하기로 결정해 이 날짜에 여행객이 몰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 크루즈 투자는 제자리·뒷걸음

상황이 이렇다보니 크루즈 상품을 대하는 여행사의 전략은 장거리 크루즈에 집중하거나 아예 크루즈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양극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레드캡투어, 롯데관광, 모두투어, 싼타크루즈, 하나투어, 한진관광 정도만이 크루즈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나머지 여행사들은 큰 관심이 없거나 위 여행사들의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고 있다. 이외의 크루즈 전문 여행사들은 사전에 선실을 확보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기보다는 FIT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여행사 중에서도 사업 비중이 축소됐거나 크루즈팀을 해체하고, 지역별 노선팀에서 크루즈를 다루는 곳들도 있다. 즉, 몇 년 동안 크루즈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생각만큼 공략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 크루즈 아웃바운드 상품을 다루는 여행사들은 올해는 수익성이 높지 않고, 선실 확보도 어려운 한중일 상품보다는 알래스카, 지중해, 동남아 등 해외 모항 상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장거리 크루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많은 여행사들이 전년 대비 50% 이상 실적을 올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지역은 다변화되는 분위기다. 여름철 알래스카 지역이 강세라면 봄, 가을에는 지중해가 인기이고, 최근에는 홍해·북아프리카, 북유럽 지역 모객도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