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몰디브 개척자를 자임하는 이가 대표로 있는 몰디브 전문 여행사가 사실상 도산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가족여행, 대중화를 주창하며 전세기 운항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전문여행사가 말 바꾸기, 모르쇠 식의 대응으로 업계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우여곡절 속에 성장해온 몰디브 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룸얼랏 사태를 통해 몰디브 시장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이동근 이사 “영업 지속 부채 갚을것”
-피해자 “믿을 수 없다. 당장 보상해야”
-대형 여행사로의 쏠림은 이미 현실화

●추정 피해액 수십억원

룸얼랏코리아는 지난 6일 자사 홈페이지에 ‘영업을 재개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룸얼랏 이동근 이사가 수십억원 대로 추정되는 부채와 떨어진 신뢰 등에도 불구하고 영업재개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내세운 변은 ‘영업을 해야 빚을 갚을 수 있다’이다. 룸얼랏 이동근 이사는 향후 18개월 이내에 여행사 및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을 단계적으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피해 여행사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며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룸얼랏과 거래를 유지할 여행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물론 최근 말 바꾸기 식의 응대에 큰 배신감을 느낀 업체들의 반응이다. 이동근 이사는 여행사관계자들과 지난달 가진 면담자리에서 “룸얼랏코리아가 발행한 메가몰디브 피해보상규정 공문에 나온 내용은 보상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피해금액은 수십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룸얼랏 이동근 대표는 지난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3월께 룸얼랏코리아 법인 폐업신청을 한 뒤, 같은 이름의 개인사업자를 등록해 영업을 지속하겠다”며 “비지니스를 하다 발생한 일이고, 거기에 있는 부채는 모두 법인의 것이기 때문에 개인과는 관계가 없어진 상태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개인지불보증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많은 거래 여행사들이 개인지불보증에 동의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계속 영업을 해 부채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락하는 몰디브…싸늘해진 여론

룸얼랏이 수십억원 규모의 부채를 지게 된 것은 대한항공 전세기, 메가몰디브 등 항공 분야에 손을 대면서부터다. 2009년 하계에 운영한 주4회 대한항공 전세기는 주중 판매 부진에 큰 손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룸얼랏은 메가몰디브 GSA로서 2012년 8월26일부터 주1회 인천-말레 노선은 운영했다. 2011년 전 GSA의 파행으로 메가몰디브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 팽배했지만 룸얼랏은 당시 피해를 대신 변제해 주는 식으로, 조금씩 신뢰를 얻어갔다. 이에 그동안 판매를 고려하지 않던 중소형 여행사는 물론, 대형 여행사들도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룸얼랏 이동근 이사는 지난해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을’의 자세로 영업하겠다”며 여러 여행사들과 협력할 것을 밝혔고, 당시 몇몇 허니문 전문여행사들은 메가몰디브를 판매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 직항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100% 믿을 수는 없지만 트렌드’에 따라 메가몰디브에 관심을 가졌던 업체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메가몰디브는 재운항을 시작한 지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운항을 중단했다. 메가몰디브를 판매 했던 한 몰디브 전문여행사 관계자는 “메가몰디브의 전철을 봤을 때 완전히 믿음은 가지 않았지만, 룸얼랏으로부터 받는 가격, 타 지역을 운항하는 메가몰디브 실적, 몰디브 시장 전망 등을 고려해 판매를 결정했었다”며 “그러나 이번 룸얼랏 사태로 1,000만원 정도의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메가몰디브 파행과 운항 취소에 직전에 자사의 직판 손님들을 경유 항공편으로 바꾼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룸얼랏은 또다른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됐다. 이에 룸얼랏과 거래했던 일부 전문여행사들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면서 룸얼랏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몰디브 전문여행사들이 이번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일부 몰디브 전문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어렵게 만들어 놓은 몰디브 시장이 천도관광과 룸얼랏 탓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게 사실. 한 몰디브 전문여행사 대표는 “(룸얼랏은)홀세일 여행사로서 거래처와의 관계가 중요한 데도 계속 말을 바꾸며 거래처의 피해를 해결하려는 데 무성의하다”며 “덕분에 많은 허니문 여행사들이 몰디브 자체를 꺼려하게 되는 부작용이 벌써부터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가몰디브 파행과 천도관광 사태가 연속적으로 터진 이후 일선 여행사들은 몰디브와 콘셉트가 비슷한 모리셔스, 칸쿤, 하와이, 코사무이 같은 곳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대형사 쏠림 현상 가속화

메가몰디브 파행은 두 가지 중요한 흐름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외적으로 몰디브가 크게 알려졌다는 점이다. 메가몰디브는 직항 취항이라는 점에서 대중들과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의 직항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몰디브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번 사태로 예상됐던 대형여행사로의 쏠림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룸얼랏코리아와 천도관광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몰디브 전문, 허니문 전문 여행사들조차 두 업체에 엄정한 업계차원의 응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한 대형홀세일 허니문 담당자에 따르며 천도관광, 룸얼랏 사태 이후 몰디브 모객이 눈이 띄게 늘어났다. 다른 허니문 목적지 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한주 두자릿수 출발했던 커플이 세자릿 수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 담당자는 “천도, 룸얼랏 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우리회사로 들어오는) 몰디브 예약이 늘었다”며 “믿을 수 있는 여행사를 찾기 위해 (우리회사에) 예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금전적 사고를 내고도 제대로 된 수습 없이 여행업계에 재진입하는 비윤리적, 비도덕적인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실수 한 번으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듯이 영원히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업계 질서와 공동선을 위해 강제적인 정화 장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업체를 폐업한 다음, 다른 업체를 설립하거나 대리인을 내세워 영업하는 행태다. B 여행사 관계자는 “특정업체에게 비해를 당하면 다음에는 거래를 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는 괜찮겠지만, 결국 다른회사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면 업계 전체가 좋을 게 없다”며 “룸얼랏과 천도관광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말을 바꾸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면 업계가 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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