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고속철 사업이 개통 6년 만에 일본을 제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최초로 고속철 시대를 열고,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일본마저 이제 운행속도·건설규모 등에서 중국에게 역전당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고속철 사업은 연일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2020년까지 전국을 동서, 남북으로 잇는 ‘4종4횡’ 철도망을 완성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중국 고속철 사업과 앞으로 일어날 변화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일본도 뛰어넘은 중국의 철도기술
-항공과 경쟁으로 서비스·가격 제고
-단독 아닌 연계 노선 활성화 가능

■오래도록 준비한 고속 철도의 꿈

중국이 지금과 같은 철도강국의 위상을 가진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먼저 지난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총 7회에 걸쳐 철도의 속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처음에는 구형 차량의 개조나 열차 견인 동력 형식의 개선의 사소한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2007년부터는 시속 200km에 이르는 동력분산방식 차량이 도입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맞춰서 베이징-텐진 구간에 시속 350Km의 고속열차(CRH2 계열)가 운행됐다.

중국 정부는 2004년에 ‘중장기 철도망 계획’을 공표, 2008년에 이를 개정해 다시 공포했다. 전기화에 의한 철도의 고속화를 추진했으며, 베이징올림픽 개최 때 고속 열차를 투입했다. 이는 1964년 일본 도쿄 올림픽 때 일본의 신칸센이 도입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외국의 기술과 장비를 풀세트로 수입하고, 입찰 방식에 의한 기술 제휴를 통해 기술 이전을 받으면서 훨씬 빠른 속도로 국산화를 실현해 나갔다. 이후에도 많은 중국 철도망의 정비가 이뤄졌고, 철도 영업 거리도 확대됐다.

2008년 이후 지난 6년간 중국은 고속철도 사업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중국 철도청(MOR)은 ‘4종4횡’ 고속철도 네트워크가 완료되는 2020년까지 총 길이 약 1만6,000km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4종 노선은 베이징-상하이, 베이징-우한(무한)-광저우-썬전(심천)-홍콩, 베이징-선양(심양)-하얼빈, 항저우(항주)-닝보(영파)-푸저우(복주)-샤먼(하문)-썬전 고속철이다. 또한 4횡 노선은 칭다오(청도)-스자좡(석가장)-타이위안(태원), 쉬저우(서주)-정저우(정주)-란저우(란주), 상하이-난징(남경)-우한-충칭(중경)-청두(성도), 상하이-항저우-난창(남창)-창사(장사)-쿤밍(곤명) 고속철이다.

이 중 우한-광저우 구간은 2009년 12월에, 정저우-우한 고속철이 2012년 9월부터, 하얼빈-따롄(대련) 구간과 베이징-광저우 노선은 지난해 12월부터 운행에 들어갔다. 세로로 대륙을 길게 가로지르는 베이징-광저우 노선은 기존 22시간 걸리던 것을 고속철 개통으로 9시간 정도로 단축시켰고, 2015년까지 홍콩까지 이을 예정이다.

■고속철과 항공의 경쟁시대 돌입

이러한 고속철도의 도입은 중국 항공업계에 일대 긴장감을 몰고 왔다. 고속철도는 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인 지역을 중심으로 도입하기에 항공운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항공은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공항의 입지가 멀어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탑승까지 공항이동 시간을 포함해 탑승수속, 보안검색, 출국심사 통과까지 걸리는 총 시간은 고속철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걸릴 가능성도 크다.

고속철도의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항공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항에 비해 도심접근성이 좋고 정시성이 보장된다. 특히 항공운임보다 저렴하다는 것에서 상당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영국운수위원회는 거리별 교통수단(일반열차, 고속철도, 항공기)의 경쟁력 비교에서 150~370km 정도의 거리에서는 일반열차가, 370~800km 사이에서는 고속철도가, 800km이상의 거리인 경우 항공기가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운송거리 800km 이내의 항공노선에서는 고속철도가 상당한 위협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길이 968㎞ 정도인 우한-광저우 노선보다는 700km 수준인 창사-광저우 노선에서 항공사의 어려움이 컸다. 창사-광저우노선 개통 직후인 2010년 1~3월까지의 운항실적에서 항공여객은 전년 대비 11.9%, 운임은 18.2% 떨어졌으며, km당 수익은 27.2% 감소했다. 이렇게 상당한 타격을 받은 항공사들은 운영을 중단하거나 공급량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남방항공의 경우 고속철도와 경쟁을 선택했다. 2009년 12월에 우한에서 매 30분에 이륙하는 ‘우광쾌속선’, 2009년 8월에는 매 15분에 이륙하는 ‘창광쾌속선’을 개설했으며, 광저우 공항에는 쾌속선 전용 탑승데스크 및 대기실을 마련했다. 특히 항공운임은 최저 280위안(한화 약 4만9,000원) 수준의 상품을 출시했다. 고속철도 도입 이후 서비스와 가격에서 여행객의 편의가 증진된 것이다. 그러나 시간 및 운영비용 등 여러 가지 제약에 따라 고속철도와의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여행에도 혁신이 일어나나

우리나라 여행업계는 이러한 중국 고속철의 등장으로 중국 여행의 패턴이 혁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만 오가거나, 이들 도시를 경유해 버스 등의 교통편으로 다른 관광지에 가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고속철을 이용하면 항공직항편이 없어도 이동이 편리해지고, 다른 관광지와도 연계가 쉬워지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여행사 중 하나투어는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고속철 상품을 출시했다. 베이징-상하이 노선을 필두로 현재 베이징-태항산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상품의 경우 총 1,318km 구간을 고속철로 5시간30분 만에 도착해 관광을 즐긴다. 베이징-태항산 상품의 경우 베이징에서 신향, 안양-베이징 구간에서 고속철을 이용해 이동한다. 이러한 상품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어느 한 곳만 보기 보다는 한 번의 여행에서 많은 곳을 다녀오고자 하는 여행객에게 적합하며, 고속철 가격이 일반 항공기 요금의 50~60%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향후 하나투어는 상하이-시안, 시안-정저우 노선 등을 살펴보고 있으며 추후 구이린, 창사 등의 지역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계상품 활성화 예상돼

하지만 역시 관건은 가격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개통된 베이징-광저우 고속철 좌석은 비즈니스석, 특등석, 1등석, 2등석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비즈니스석 가격은 항공기 티켓 가격보다 약 1.5배 더 비싸다. 나머지 좌석도 특등석은 같은 구간 항공가의 90%, 1등석은 80%, 2등석은 50% 수준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 2등석은 저렴하기는 하지만 일반 비행기의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처럼 협소하다. 신장 170cm 이상인 승객은 좌석을 뒤로 젖혀도 다리를 끝까지 펼치기 힘들기에 항공기보다 이동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고속철은 피로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등석 이상의 좌석을 이용하기에는 가격부담이 커지기에 향후 활용방법에 있어서 좀 더 많은 고민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속철의 도입으로 중국 여행 상품의 재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현재 버스로 8~9시간이 넘는 구간을 이동하는 상품은 대부분 고속철 이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여행사는 칭다오와 같은 LCC 취항지를 경유해 왕복 20시간이 넘는 풍경구 상품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연히 소비자 만족도는 떨어지고, 자칫 여행업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저품질 상품이었다. 하지만 고속철의 등장으로 이동시간의 개념이 달라지는 만큼 이러한 상품은 사라지고, 전에 없던 연계 상품 활성화 등의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전문 서진월드투어 박은범 이사는 “중국은 국내 항공가격이 높아 연계상품보다는 1개 지역 상품이 더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 고속철로 이동하는 베이징-상하이, 시안-정저우 등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백두산, 구채구 등 많은 관광지에 고속철이 운행되면 더 다양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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