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꼭 2주기가 되는 날이다. 당시 태산처럼 밀려들던 파도의 모습을 TV로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잊히지 않는 영상처럼 원전사고의 피해로 인한 일본의 상처도 여전한 모습이다.

3일 기준으로 후쿠시마의 시간당 방사선측정량은 0.45마이크로시버트(μ㏜)로, 서울의 거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인근 주민의 암 발병률을 상승시켰다는 리포트를 발표했고, 현지 주민조차 재해 전 상황으로 복귀되기까지는 최소 20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80%에 육박했다.

우리 국민도 구제성금을 모으거나 구급요원을 급파하는 등 아픔을 함께했었지만 최근의 기류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일본 시마네 현에서 지난달 22일 열린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일본의 검은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일본 정부를 규탄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모습인데, 특히 마일드세븐, 아사히 맥주, 도요타, 혼다 등 대표적인 일본 제품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불매운동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으로 인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진 바 있다. 10만명이 넘는 중국 관광객이 일본여행을 취소했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에 중국인 여행객이 급증하는 반사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일본여행상품 판매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주요 여행사의 조사에서도 일본은 3월 성장률이 가장 높고, 비중 역시 확대되고 있다. ‘환율이 깡패’라는 말처럼 엔고현상의 완화와, 그에 맞춰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던 대기수요의 폭발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당혹스럽다고 했다. 자신도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동조하지만, 여행사에 근무하는 이상 일본에 가지 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일본팀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죄지은 듯한 감정을 가져야 하느냐며 답답해했다. 그의 말대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여행상품을 떳떳하게 판매할 수는 없는 것일까. 지진 2주기를 맞은 일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