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차례의 큰 선거를 치르고 ‘뱅뱅이론’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딴지일보에 한 블로거가 올린 글인데, 한국인의 집단의식을 꿰뚫은 탁견으로 인정을 받았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청바지 매출 1위 브랜드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특히 젊은이들)은 으레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게스 등을 떠올리지만 2010년 청바지 단일 브랜드로 매출 2,050억원을 올리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은 다름 아닌 ‘뱅뱅’이었다. 뱅뱅이론을 제기한 블로거는 ‘패션 성향이 다른 소비자 집단을 고려하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이론처럼 SNS에서, 지인들 사이에서, 심지어 언론에서조차 야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투표함을 열고 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그러니까 가늠하지 못한 여당 후보에 대한 지지층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많았던 것이다.

여행업계에도 뱅뱅이론을 적용해볼 수 있겠다. 팸투어를 가보면 알 수 있다. 날마다 수십명의 고객을 응대하는 여행사 직원들의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공항에서 수화물 문제가 발생하거나 여행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여행사 직원들의 순발력 있는 대응에 감탄을 금치 못한 경험이 많다. 하지만 특정 지역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은 전공 외 지역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거나 패키지 담당자일 경우 FIT와 온라인에 대해 깜깜한 경우가 많다. 사실 이는 전혀 문제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가, 경영자가 우물 밖 세계를 모른다면 위태하기 그지 없다.

패키지 여행사들은 구체적으로 실적이 잡히지 않은 FIT 여행사,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들이 얼마나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는지, 여행객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통적인 여행사를 떠나고 있는지 감을 못잡고 있다. 또 항공사, 호텔들이 온라인을 통한 직판 영업에 얼마나 열을 올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물론 이 논리는 거꾸로도 적용된다. FIT가, 온라인이 대세라며 뛰어들었다가 ‘시기상조’였다며 쓰라린 맛을 본 이들이 여행계에 자주 나타난다. ‘한다리만 건너면 여행사 사람’인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맥에 따라 혹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여행상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같은 여행 구매층은 앞으로도 쉬이 사라지지 않을지 그들은 간과한 것이다.
다른 시장을 보는 안목이 중요한 시점이다. 당장의 자기 비즈니스, 자기 세계에만 갇혀 흐름을 보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헛다리를 짚는 우를 범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