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뜨고 있다. 언론, 지하철 광고 등에서 ‘협동조합’이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지만 그 내막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관광분야도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관련기관의 통계를 보면 관광업계 쪽의 협동조합 설립 노력은 다른 분야보다 현저히 적음을 알 수 있다. 관광업계가 협동조합 설립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5명 혹은 5사업체 모여도 설립
-협동조합? 관광업계는 까막눈
-“사례 전무”…효과 예측 힘들어

●협동조합은 무엇인가

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과 ‘일반협동조합’으로 크게 나뉜다. 관광업계에 적용될 수 있는 형태는 일반협동조합 쪽에 속한다. 일반협동조합은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주식회사 같은 이윤 추구 기업과 목적이 유사하지만,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기여 등 비영리적·공익적 목적이 추가된다는 게 다르다. 무엇보다 뜻이 맞는 사람(혹은 회사) 5곳이 자발적으로 모여 설립할 수 있다는 게 ‘사주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반 기업형태와 크게 다른 점이다.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한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협동조합 설립운영 안내서’에는 여행업계에서 눈여겨볼 만한 협동조합의 순기능을 찾아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캐디, 학습지교사, 돌봄근로자 등 특수형태 근로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스스로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사업자로서 수혜를 받기 어려웠던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관광가이드, 해외여행 인솔자 등 관광업계 종사자들도 해당한다. 또한 영세 상인·소상공인들의 협력이 가능해진다. 대형업체로의 쏠림 가속화하고 있는 여행업계에서 위기에 처한 중소여행사들이 뜻을 모아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관광 이외 분야는 활발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반응은 매우 뜨겁다. 이는 2012년 12월 관련법 발효된 뒤 각부처 혹은 지방정부에 접수된 협동조합인가 신청서 건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31일 기준, 일반협동조합 신청건수는 319건이다. 석달 만에 전국적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5명 이상 모인’ 단체가 300곳에 이른다는 뜻이다.

협동조합 분야는 대리운전, 컨설팅, 상조, 인력소개, 교통, 공예, 의료, 교육 등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여행·관광 관련 설립인가를 받은 협동조합은 ‘루트온협동조합(서울)’, ‘심미오(광주)’ 정도에 불과하다. 루트온 협동조합은 기존의 여행업 업무는 물론 성공회대학교 학생 대상으로 태국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심미오는 국내관광에 특화됐다. 기념품 등 관광관련 조합 신청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전체 건수 중에 1%를 넘지 못한다. 협동조합 신청은 지금도 접수되고 있기 때문에 여행·관광 관련 조합의 비중은 알 수 없지만, 관광업계 안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홍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종사자들도 큰 관심이 없는 상태라 조합 설립 움직임은 여전히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이드·인솔자도 4대 보험 될 듯

재경부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에 따라 특수형태 근로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수형태의 근로자들이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협동조합을 만들어 법인격단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캐디·학습지교사 등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법인격 부재회사(상법), 사단법인(민법)만 조직할 수 있었다. 법인격 소속이 되면 건강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같은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법인격단체가 된다는 것은 쉽게 말해 협동조합도 ‘주식회사’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노동법에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재경부에서는 협동조합 조합원들은 당연히 4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때문에 4대 보험 미가입으로 경제활동에 불안감을 느꼈던 인솔자, 가이드, 1인 여행사 등의 프리랜서들도 자발적인 협동조합 설립 및 조합원 가입을 통해 법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법인격 단체를 만들게 되면, 여행사와의 거래에서 협상력을 높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심화되고 있는 여행사의 양극화를 둔화, 외국 OTA의 공세에 토종업체들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협동조합이 활용될 수 있다. 전문 지역 혹은 분야에 맞춰 협동조합을 설립해, 공동물품 구매, 사무실 임대료 등을 낮출 수 있으며, 공동모객, 항공권 공동 구매 등으로 원가를 낮추고, 노하우를 나눠 조합원(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이는 사회 양극화 완화라는 협동조합의 순효과와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선례 없어”…효과 의문도

관련부처나 광역자치단체 등 협동조합의 인가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도 협동조합 지원계획,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이 시행된 지 4개월 정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고, 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같은 특수한 협동조합만 존재했던 탓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을 보는 각 부처의 시각이 다를 수 있어, 특수형태 근로자 보호 등도 원활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서울특별시 협동조합관련 담당자는 “서울시에 협동조합 신청서를 낸 단체가 200여 곳, 이중 100건 정도가 수리됐을 정도로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국내에서는 협동조합과 관련된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우수협동조합 선발을 통해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기관은 협동조합을 일반 영리기업과 같은 형태로 보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을 꺼리고 있다. 형평성 문제 때문인데, 중소규모 여행사들이 협동조합을 만들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부기관이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협동조합 형태의 여행사들도 대형 여행사와 진검 승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기관들이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지난 6일, ‘서울특별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들어 협동조합 활성화에 나선다. 업종별 다른 중소기업과의 경쟁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자금 지원, 제도개선 등을 법제화했다. 또 협동조합기금을 조성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마련했다. 한편, 서울시를 포함해 여러 광역·기초단체가 설립, 운영 등 협동조합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협동조합기본법이란?
한국사회기업진흥원은 협동조합기본법을 ‘협동조합의 설립 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여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일 시행됐다. 협동조합기본법은 법인격 부재로 인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사회적 수요를 반영하는데 목적이 있다’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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