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 중 49.8점’. 얼마 전 모 경제연구기관이 발표한 기업 호감도(CFI·Corporatre Favorite Index) 점수다. 성인 1,000명을 표본으로 하는 이 조사는 ‘손가락질 받는 기업은 많아도, 존경받는 기업은 없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가의 잣대가 되는 5가지 항목 중 기업들이 유독 낮은 점수를 받은 부문은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이었다.

그러나 사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기업의 사회공헌은 개선되고 있다. 전경련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조4,025억원을 썼던 기업들이 2011년에는 3조1,241억원대를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했다.

여행업계도 하나같이 ‘사회공헌’을 알리고자 애쓰는 분위기다. 지난달 44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최근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한진그룹 사회봉사단’을 발족하고 ‘따뜻한 동행’을 주요 의제로 내걸었다. 한-중 노선이 강한 아시아나항공 역시 중국 내에서 ‘아름다운 교실’ 프로젝트 등을 이어가고 있다. 희망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하나투어, 직원의 급여 중 일부를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모두투어, 꾸준히 봉사활동을 떠나는 노랑풍선 등 여행사의 활동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여행박사의 경우 아예 사회공헌을 전용으로 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업계가 사회공헌에 눈을 크게 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영세한 업체로 인식돼 온 여행사가 이제는 사회공헌을 고민할 정도로 성숙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아직까지 업계의 ‘사회공헌’ 노력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여행사가 사회공헌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든 것도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며 구체적인 전략을 세운 것도 최근의 일이다. 아직도 상당수 업체는 CSR에 대한 개념조차 잡지 못하고 마케팅 수단으로만 사회공헌을 벌이고 있다. 사회공헌 전문가들은 “사회공헌을 기부, 봉사로 한정하는 데, 가장 높은 단계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이만큼 돈을 쓰고 물품을 기증한 착한 기업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입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여행업계는 여행으로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례로 여행을 떠나는 계층과 자유롭게 떠날 수 없는 계층 사이의 격차는 앞으로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여행업계의 사회공헌 역시 여행 소외층을 보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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