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어느 여행사를 이용했나?” 그러면 답변이 각양각색이다. 얼마 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A는 일본 상품이 비교적 많은 모 여행사를 통해 규슈를 3박4일간 다녀왔다. 오는 5월 중순 결혼할 예정인 B는 개별여행 전문으로 알려진 모 여행사의 파리·프라하 허니문 상품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지인 A와 B가 그 여행사를 선택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A는 “친구가 추천한 곳이라 별다른 의심 없이 예약했다”고 말했고, B는 본인이 다닌 대학교 내 그 여행사의 대리점이 입점해 있었기 때문에 “친숙하더라”고 했다.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해 보면, 그들이 이성이 아닌 직감에 더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행동경제학자들은 “소비자는 스스로를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휴리스틱’에 지배당한다”고 지적한다. 발견하다는 뜻에서 연유한 휴리스틱(heuristic)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찾은 지름길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휴리스틱의 반대개념인 ‘알고리즘’을 따르면 정해진 틀에 따라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지만 휴리스틱에 의존할 경우 100% 완벽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새로울 것 없는 것도 ‘뉴(new)’라 말하며‘정직한’, ‘유기농’ 등의 수식어를 굳이 붙인다. 자판기 커피의 값이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이왕이면 ‘일반커피’가 아니라 ‘고급커피’를 먹고 싶은 심리도 휴리스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여행사는 ‘요즘 소비자는 여행사 직원보다 더 많이 안다’는 프레임에 갇혀서는 휴리스틱 기제를 활용하지 못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단독, 유네스코가 지정한 OOO, 저렴한 등의 포장지로 여행상품을 둘둘 감쌀 뿐이다. 직판, 모객, KE, OZ 등 일반 소비자들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없는 외계어로 도배된 광고를 내보내는 곳들도 수두룩하다. 온갖 여행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소비자를 눈속임할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고 이용 할 수는 있다. 소비자는 똑똑하지 않다. 어떤 여행사를, 어떤 여행상품을 고를지 몰라 갈팡질팡할 뿐이다. “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여행사가 아니라 당신이 손해”라는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던지는 영리한 여행사, 과연 몇 곳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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