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는 항공권만 저렴하게 팔아서는 승산이 없다. 에어아시아, 라이언에어, 사우스웨스트 등 선도적인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권 외에도 호텔, 렌터카, 보험 등의 부가적인 상품을 웹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 차원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부가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항공사들은 소극적이다. 별로 관심도 없다. 얼마든지 부가 수익을 올리면서도 온라인 여행사, 호텔 공급업체와 윈윈할 수 있는 채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주>

-소극적 제휴 수준…해외는 OTA와 활용 극대화
-LCC 걸음마 단계인 한국시장 특성상 시간 필요




■호텔 예약 페이지 찾기도 어려워

항공 컨설팅 회사인 에어세이빙(Airsavings)은 항공사들이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3대 상품으로 호텔, 렌터카, 여행자보험을 꼽았다. 국내 여행시장의 특성상 렌터카, 여행자보험은 제쳐두고 최근 온라인을 통해 호텔을 별도로 예약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항공사들은 이마저도 등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온라인 여행사와 제휴하고 있는 현황을 보면, 제주항공이 아고다, 에어부산은 호텔조인의 예약 엔진을 이용하고 있는 정도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하나투어, 호텔조인 등과 제휴를 맺었지만 예약 엔진을 걸어두진 않았다.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아예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해외의 저비용항공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풀서비스항공사(FSC)까지 웹사이트 첫페이지, 항공권 바로 옆에 호텔 예약 엔진을 배치한 것과 대별되는 부분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도 호텔 판매에 그다지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호텔패스와 제휴를 맺고 있고, 아시아나는 호텔엔조이·RTS 등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하지만 두 항공사 모두 호텔 예약을 웹사이트 전면에 배치하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사이트에서는 호텔 예약 서비스를 첫 화면에서 보이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시장과 달리 호텔까지 원스톱으로 예약하는 해외 여행객의 성향에 맞도록 홈페이지 구성을 달리한 것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해외용 페이지에서도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호텔·렌터카·보험은 3대 수익원

해외의 경우, 저비용항공사뿐 아니라 풀서비스항공사까지 호텔을 포함한 부가 수익을 올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여행 전문지 Tnooz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15억유로(약 2조2,000억원) 이상의 항공권 외 부가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두 항공사 모두 세계 최대규모의 풀서비스 항공사인 점을 감안했을 때, 전체 수익 중 항공권 외 부가수익의 비율을 보면 압도적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이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 LCC인 알레자이언트(Allegiant)가 29.2%, 유럽의 라이언에어가 22.2%, 이지젯이 19.4%의 수익을 항공권 외에서 벌어들였다. 부가수익에는 마일리지 판매, 추가 수화물, 기내식 판매 등이 포함되지만 호텔과 렌터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항공권 외 부가수익이 증가하는 추세도 가파르다. 아마데우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2011년 부가수익의 증가율이 전년인 2010년에 비해 87%로 급증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33% 증가세를 보였다. 전세계적으로 평균 43.8%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자 트렌드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미국의 한 LCC 전문지에 따르면, 항공권 구매 고객 중 48%가 “항공사 웹사이트에서 호텔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이들 중 90%는 “서비스가 편리하고 매력적이라면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관광 리서치회사인 포커스라이트(Phocuswright)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레저여행객의 57%는 “항공권 외에 부가 상품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트렌드는 약간의 시차가 있을 뿐 급격히 온라인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수년 내에 비슷한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도 공룡 OTA 장악력 높아져

해외 항공사들의 경우, 세계적인 규모의 OTA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쿠오니(Kuoni), 미키(Miki)와 같은 홀세일러와 제휴를 맺은 항공사들도 있지만 아고다,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오비츠 등의 B2C 사이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에어아시아의 경우, 익스피디아와 함께 합자회사를 출범시켜 에어아시아고(Airasiago.com)이라는 사이트를 선보였다. LCC라는 모델 자체가 해외의 사례를 참조한 것임을 감안했을 때 국내 항공사들은 부가수익 창출에 있어서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할 만하다.

이처럼 호텔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입장은 대체로 비슷하다. 아직까지 호텔을 부가 수익원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향후에 강화할 사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모 항공사는 호텔 예약업체나 여행사에 입점 조건으로 만만치 않은 입점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약 자체가 많지 않으니 호텔 예약 수수료로는 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A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수익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많은 여행사, 해외 호텔 전문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큰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에는 제주항공이 아고다와 제휴를 맺고 항공권 구매 고객에게 호텔 예약 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 노선이 도쿄, 오사카, 홍콩, 세부, 방콕, 괌 등 아고다가 경쟁력을 가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시너지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LCC 온라인 감각 뒤쳐져

사실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호텔, 렌터카 등 부가 수익이 가능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 데는 국내 시장의 기형적인 항공권 판매 구조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해외 저비용 항공사들의 경우, 웹사이트를 통한 판매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인데 반해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은 여행사를 통한 좌석 판매 비중이 매우 높은 까닭이다. 해외 항공사들이 웹사이트 유입자를 최대한 늘리기 위한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한다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풀서비스항공사와 영업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해외에서는 저비용항공사뿐 아니라 풀서비스항공사까지 공항에서 자동 체크인 기기인 키오스크(Kiosk)를 적극 활용하고, 수화물, 기내식, 기내 이불 등까지 유료화하면서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반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이같은 서비스에서도 풀서비스항공사들과 큰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상 모든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항공사가 항공권 외의 상품을 파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이처럼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온라인 판매, 부가 수익원 창출에 소극적인 것은 궁극적으로 온라인 사업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한 온라인 여행사 관계자는 “여러 항공사와 미팅을 해봤는데 온라인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퇴행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지젯, 라이언에어 등도 초기에는 그랬기에 이해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의 높은 수준에도 많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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