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경북 영덕-달콤짭조름한 대게에 빠지다
[현지취재] 경북 영덕-달콤짭조름한 대게에 빠지다
  • 여행신문
  • 승인 2013.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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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강구항은 지금 대게 찌는 냄새로 가득하다.
200개가 넘는 식당이 늘어선 대게 거리에는 문전마다 대게 찌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달콤찝찌름하고 고소한 대게의 맛 그리고 푸른 바다를 찾아 영덕에 갔다.


영덕 강구항은 200개가 넘는 식당과 노점상들로 북적인다

지금 놓치면 겨울까지 기다려야 하는 ‘진짜’ 대게

추억이 서린 작은 항구나 여행 책자에 소개된 포구를 찾아갔다가 씁쓸함만 느끼고 돌아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큰 항구 도시를 제외하면 많은 중소 항구들이 예전의 영광을 잃어버린 채 하나 둘 잊혀지고 있다. 대게 맛에 이끌려 찾아가면서도 혹시나 했던 영덕 강구항은 우려와 달리 건재했다.

동해안 끝자락, 울진과 포항 사이에 위치한 영덕은 대게의 본산지로 알려져 있다. 먼 바다까지 나갔다 온 대게잡이 배들이 이곳 강구항에 정박하는 덕이다. 대게의 명성에 비하면 작은 포구지만, 육지로 오목하게 들어오는 물길을 따라 배들이 즐비하고, 그 뒤로 긴 대게 거리가 형성돼 활기차다. 하나같이 대게를 산 채로, 혹은 조리해서 파는 집들인데 어림잡아 200여 개는 될 듯하다.

3월 말의 대게 거리는 대게철을 맞아 멀리서 온 행락객들로 붐볐다. 가격을 흥정하며 목청을 높이는 장사꾼들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상당해 생기가 넘친다. 15년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도 이곳인데, 직접 와 보니 이 작은 항구에 남아있는 역동적인 삶의 모습이 드라마 속 인물들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삶에 대한 애착과 억척스러움을 보여 주던 드라마 속 그들을 떠올리니, 처음 와 본 거리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대게는 11월 말부터 5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강구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할 뿐 아니라 바다 밑바닥도 개흙이 전혀 없고, 모래층이 깨끗해 대게 맛이 좋다고 한다. 제철 대게는 게살이 꽉 차고 껍질은 연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대게가 잘 잡히지 않고, 포획에 제한도 있기 때문에 영덕에서도 러시아산 대게를 판다고. 시장에서 보면 연한 밤색이나 주황색을 띠는 것이 대게이고, 새빨간 것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홍게다.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달고 담백한 데다 귀한 특산물이니 영덕에 왔다면 꼭 대게를 맛봐야 한다. 참고로 대게의 ‘대’는 대나무를 뜻한다. 다리 마디가 대나무 마디처럼 곧게 뻗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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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대게 고르는 법

‘쏙’ 빨리는 대게는 물게

대게를 고를 때는 등딱지가 깨끗하고 다리가 성한 것, 찔러 봤을 때 살아 움직이는 것, 배딱지가 불투명한 흰색인 것을 골라야 한다. 등딱지 폭이 클수록 좋다고 하지만 혹자는 작은 것이 더 여물고 살이 달다고 하니 크기는 상관없을 듯하다. 그보다는 보통 물게냐, 박달대게냐를 따져야 한다. 물게는 속이 덜 차 배딱지가 투명한 게를 말한다. 반대로 박달대게는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찬 게다. 얼마나 실한지 박달대게를 찌면 게살포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 흔히 게를 먹을 때 게 다리를 빨대처럼 흡입해 먹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알고 보면 잘 흡입되는 것일수록 물게에 가까운 것이다. 최상품 박달대게는 강구항 근해 자망 선주협회에서 특별한 고리를 달아 출하한다. 이런 박달대게는 10마리당 한 마리가 나올까말까 할 만큼 귀해서 마리당 가격도 10만원을 호가한다.

강구항 대게 거리에서는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도 맛이나 가격이 비슷한 편이다. 우선 대게를 쪄서 먹고 나면, 그 다음으로 대게탕 혹은 수제비, 볶음밥이 차례로 나온다. 식당 밖 어항에서 손님이 직접 대게를 고르면 바로 쪄서 내오는데, 바로 이 과정에 대게 맛의 성패가 달려 있다. 대게 찜 요리는 번거롭기도 하지만 맛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삶는 것이 아니라 김으로 찌는 것이라 일반 찜기가 아닌 떡 찜기를 사용해야 하고, 크기와 종류에 따라 찌는 시간과 온도도 다르다. 20분 동안 큰 찜기에서 폭폭 익혀야 액체 상태의 게살이 알맞게 익는다.

이렇게 탄생한 대게 맛은 무감각해 있던 봄철 입맛을 들깨워 준다. 살이 쫀쫀한 제철 대게는 아무런 양념 없이도 달달하고 짭조름해 감칠맛이 나고, 특유의 향이 우러난 시원한 국물은 수제비나 국수를 넣어 먹기에도 좋다. 공기밥에 김을 부숴 넣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내장과 비벼 주는 게딱지 볶음밥도 잊을 수 없는 별미. 고려시대 태조 왕건도 영덕 대게를 진상받고 매우 흡족해했다는 문헌이 전하는데, 아마 진짜 영덕 대게 맛을 알았다면 수라상도 뒷전이었을 것이다.

대게 가격은 등딱지를 세로로 쟀을 때 9cm 이상인 것부터 20cm까지, 크기에 따라 마리당 5만원에서 1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약 10만원 정도 예산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안전행정부에서 인증한 영덕대게정보화마을(ydcrab.invil.org) 지정 가게들이 품질과 서비스 면에서 믿을 만하다.
대게 거리를 지나면 항구 끝머리에 작은 어시장이 있다. 여러 집이 천막을 잇대고 있는데, 대게도 팔고 횟감이나 멍게, 오징어 같은 어종들도 판다. 등대가 있는 부두는 <그대 그리고 나>의 민규(송승헌)가 찾곤 했던 사색의 장소다.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여, 대게를 먹고 나서 산책하고 쉬어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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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축제

2만원으로 본전 뽑는 대게 낚시 매년 봄 대게 철이 되면 강구항에서는 영덕대게축제가 개최된다. 축제가 열리는 5일 동안 대게 관련 장터와 이벤트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대게 파전, 국수, 수제비 등 음식을 매우 저렴하게 맛볼 수 있고, 대게 낚시 체험, 대게 경매, 풍등 띄우기, 태조 왕건 행차 재현 등 흥미로운 행사도 연일 풍성하다. 지난 3월28일부터 4월1일까지 열린 올해 축제에서는 대게 낚시 체험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참가비 2만원을 내면 1인당 3마리까지 대게를 낚을 수 있는데, 황금반지를 낀 대게를 낚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 낚시에 투입되는 대게의 품질도 나쁘지 않고, 대게 한 마리당 최소 2만은 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가해 볼 만하다. 잡은 대게는 낚시터 옆 노천식당에서 1,000원을 내면 바로 쪄서 먹을 수 있다. 내년 축제는 3월 초에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미리 여행계획을 세워 보자. 영덕대게축제추진위원회 054-730-6682



글·사진=Travie writer 도선미 취재협조=영덕군청 www.y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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