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갑의 횡포’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여행업계는 지금까지 이슈화된 업종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서일까? 아직까지 조용하다. 이 시점에 업계 내에서도 자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지만 하루아침에 관행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여행업계가 시장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갑의 횡포는 지금까지 뉴스를 달군 업종들을 능가하고도 남는다고 한다. 그 사례들을 굳이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단 ‘을들’이 기꺼이 감내하는 갑의 부당함이 아니라 밖에서 펼쳐지는 부끄러운 군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러니까 해외에서 묵인되고 있는 한국 여행인들의 수치스러운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거기에는 갑도, 을도 없이 모두 ‘갑의 버릇’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호치민에 갔을 때였다. 어찌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숍에 갔는데 마침 한국 사장은 베트남의 어린 직원을 따끔하게 호통치고 있었다. 그의 호통은 지면에 담을 수 없는 낯 뜨거운 욕들로 가득했다. 또 어찌하다 마사지사들이 쉬고 있는 휴식장소를 스치듯 보았는데, 두세평 남짓한 공간에 십여명이 엉켜서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하고 쉬고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종을 그렇게 부렸을까, 노예 무역상들이 저렇게 반인권적이었을까 싶었다.

호치민의 후미진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사장 한명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이외에도 해외에서 여행업 관련 분야의 일을 하는 이들이 현지인들을 상대하는 낯뜨거운 광경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식당에서, 관광지에서, 그리고 은밀한 공간에서 인권을 유린하는 ‘추한 갑질’의 풍경은 오늘도 변함없이 익숙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설혹 직원들을 험하게 대하더라도 저개발국가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월급을 두둑이 챙겨주지 않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런 토대 위에 한국의 관광시장이 1,300만, 2,000만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분을 내기 전에, 유통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에 손찌검을 하기 전에 업계 내부를 돌아봐야 할 일이다. 여행업계는 국경을 넘나드는 비즈니스가 펼쳐지는 장이다. 선진국에 가서는 머리를 조아리다가도, 저개발국가에 가서는 종을 부리고 싶어 하는 여행인 한명 한명의 이중적인 처신이 한국의, 그리고 한국 여행업계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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