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 지라,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호부호형을 못하는 설움만큼 큰 것이 있겠느냐만, 일부 여행업계 종사자들도 그와 비슷한 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출장을 출장이라 부르지 못하는’설움이다.

이야기인 즉슨 일부 여행사가 팸투어에 참가하는 직원들에게 개인 휴가를 사용토록 권한다는 것이다. 어떤 여행사는 직원들을 팸투어에 보내면서 마치 큰 특혜를 베푸는 양 생색을 내기도 한다. 여름휴가를 팸투어로 대체하는 여행사 이야기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팸투어를 양질의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한 출장으로 보지 않고, 단순한 휴양 정도로 보는 탓이다.

이런 비극은 비단 여행업계 만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 언론계에서도 비슷한 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02년 한 일간지의 편집국장이 기자들에게 해외출장 시 연차를 사용하라고 권유한 것. 당시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일을 접한 해당 신문 노조는“해외출장이 취재 차원의 일이든, 견문을 넓히는 해외방문이든 그 성격을 떠나 광범위한 업무영역에 속하는 것임에도 이를 연차휴가로 대체하라는 것은 권한남용”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해당 국장은“연차 휴가를 소진시켜야 하는 회사 사정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이었다”며“원치 않으면 강제할 생각은 없다”고 발을 뺐다.

팸투어에 연차를 쓰는 일의 진짜 문제는 팸투어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리는 데 있다. 실제 연차를 써서 팸투어를 간 직원들은 인스펙션과 미팅을 거부하는 등 자신의 휴가를 챙기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관광청 입장에선 큰 예산을 들여 마련한 팸투어인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여행사 직원 때문에 속이 타들어갈 것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인터넷을 뒤져 만든 여행상품보다 현지를 몸소 체험해 본 사람이 만든 여행상품이 훌륭하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으로 예산이 낭비됐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세상이다. 팸투어를 출장이 아닌 휴가로 보는 여행사들은 직원들의 탁상업무를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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