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첫 취재 이후 반 년 만에 다시 살펴본 마이리얼트립(www.myrealtrip.com)은 눈에 띄게 성장해 있었다. 4명이었던 임직원이 8명으로 늘었고 벤처캐피탈로부터 새롭게 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실적도 반 년 전의 10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대학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만든 관광 스타트업이 오픈 1년여 만에 이룬 결실치고는 큰 것이었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와 다시 얘기를 나눴다.




■가이드-소비자 온라인 직거래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지 현지의 가이드와 여행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2012년 4월20일 탄생했다. 본격적인 운영은 그해 7월부터였으니 이제 갓 1년이 된 셈이다. 가이드는 자신이 만든 현지투어 프로그램을 마이리얼트립에 올리고, 소비자는 이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현지투어를 구매한다. 물론 이전에도 현지투어 프로그램만을 따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여행사가 제공하는 정형화된 것이었다. 그에 비해 마이리얼트립은 현지투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읽을 수 있다.

가이드 역시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인들이다. 유학생이든 이민자이든, 건축가이든 패션디자이너이든, 여행책자 저자이든 아티스트이든, 현지에 거주하고 있고 현지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이드로 활동할 수 있다. ‘현지인이 만드는 진짜 여행(Authentic Local Experience)’이라는 모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마이리얼트립은 현지인만이 줄 수 있는 경험과 체험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프로그램의 종류와 테마도 새롭고 가지각색이다. 현지인만큼 그 여행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여행지를 좀 더 색다르게 경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탄생한 것이 바로 마이리얼트립이다.

■IT 접목된 여행의 미래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을까? 이미 20여개국을 여행했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했던 게 도움 이 됐다. 이 대표는 “앱(Application)을 활용해 자신의 여행을 기록하거나 여행일정을 짤 수 있도록 한 여행벤처들은 많지만, 정작 여행지 현지에서 이뤄지는 일에 초점을 맞춘 벤처는 없었다는 데서 기회를 읽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벤처 창업은 이번이 2번째다. 첫 번째 벤처는 소셜펀드레이징(Social Fund-raising) 업체였는데 이때 인연을 맺었던 엔젤투자회사‘프라이머(Primer)’가 다시 투자를 결정했고, 공동논의를 통해 현재의 마이리얼트립 모델을 구체화시켰다. 이어 올해 4월에는 초기기업 전문 벤처캐피탈인 본엔젤스파트너스가 4억원을 투자하는 결실을 일궈냈다.
이 대표는 여행과 IT를 접목하면 큰 가능성이 열리고, 미래의 여행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2010년에 나왔던 모델”이 지만 한국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다. 패키지 상품시장이 저물고 있고, 그마저 쇼핑이나 옵션강요 등으로 소비자의 여행경험을 헤치는 경우가 많다고 봤고, 소비자-여행사-랜드사-가이드-현지 등으로 이어지는 유통과정을 줄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이드와 여행자가 다이렉트로 만나면 유통과정이 거의 사라지고, 가이드 입장에서도 쇼핑강요를 할 이유가 없어지니 본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현지인만의 경험 선사

마이리얼트립의 현지투어 프로그램 구성과 운영, 가격책정은 전적으로 가이드의 몫이다. 그만큼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해 다중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현재 등록된 가이드는 30개국 110개 도시에 180명 정도다. 유럽과 아시아, 미주가 주력지역이다. 가이드의 대부분은 한국인인데 가이드 1명이 1~2개 상품을 운영해 총 프로그램 수는 약 230개다. 12년째 미국에 거주 중인 재무설계사가 운영하는‘프린스턴대학 방문과 맨해튼 야경관람’, 일본 오사카에 거주 중인 유학생이 구성한‘오사카 번화가에서 맛보는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 영국 런던의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현대미술을 이끄는 런던의 문화’등 가이드의 직업과 전문영역, 프로그램 성격이 다채롭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특히 현지인들만 아는 경험과 여행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고객의 니즈가 가장 중요

물론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행착오를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다. 타깃 고객에 대한 설정부터 어긋났다. 처음에는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구매력을 갖춘 30대 부터 40대 초반이 가장 많다. 투어 프로그램 역시‘현지 패션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파리 빈티지 패션투어’와 같은 특이한 것에 대한 수요가 많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을 보는 일반적인 코스가 더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타깃수정과 투어 프로그램 재정비에 나섰다. 덕분에 올해 들어 정체국면을 벗어나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의 수익원은 가이드와 소비자를 중개한 역할에 대한 수수료인데, 현지투어 프로그램 가격의 20%를 받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 평균 예약수가 40건 정도에 불과해 겨우 운영비를 충당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하루 평균 15건으로 확대됐다. 7월2일 현재 누적 이용객 수가 3,780명인데 대부분 올해 상반기에 이룬 실적이다. 성장세를 발판으로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중국 인바운드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여행벤처 에어비앤비가 기상천외한 숙박 프로그램을 제공하듯이, 마이리얼트립 역시 여행의 종류와 테마가 무궁무진하게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는 밝다”며 “앞으로 볼륨확대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고, 회사이름처럼 고객들에게 진짜 여행을 선사하는 게 중장기적인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관광벤처를 육성하라 ‘창조관광사업’

정부도 관광산업의 혁신을 위해 관광 스타트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3년을‘창조관광사업’정착의 해로 삼고 있다. 창조관광사업은 기존 관광산업과 융복합해 창조성, 혁신성, 개방성, 기술성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관광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아이디어의 창업화 지원을 위해 종합컨설팅에서부터 교육, IT 인프라 구축, 판로개척, 홍보마케팅, 상품개발에 이르기까지 지원책을 펼친다.

2011년 제1회 공모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년째를 맞았다. 공모전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에는 창업경진대회도 개최해 10건을 발굴했다.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건수는 51건에 달했다. 올해도 아이디어 부문 10개 사업, 예비창업자 부문 40개 사업, 기존 창업자 부문 40개 사업을 발굴했다. 6월부터 12월까지 사업화 지원책을 펼칠 예정이다. 총 8억800만원의 상금이 지원되는데, 창업 예정인 예비창업자와 기존사업자의 경우 총 상금의 10%만 상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향후 창업시 사업화자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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