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관광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지속가능한관광 사회적기업네트워크(이하 지속가능네트워크)는 국내 공정여행 관련업체들의 네트워크다. 2010년 1월 ‘대안여행 네트워크’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2010년 5월 지속가능네트워크로 기관명을 확정한 뒤 여행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공정여행에 관련된 캠페인과 포럼 등을 실시했다. 2010년 하반기에는 3차례에 걸쳐 지속가능한관광 정책포럼을 개최했으며 국내 몇몇 지역과 ‘지속가능한 생태관광 모델창출을 위한 MOU’를 체결해 지역적 특성에 맞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네트워크에는 현재 약 18개 공정여행사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제주, 춘천 등 전국 각 지역 단위에소규모 공정여행업체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착한여행, 트래블러스맵, 우리가만드는미래, 제주생태관광 등의 기업이 있다. 그 중 해외 상품군이 있고,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착한여행과 트래블러스맵의 사례를 통해 공정여행을 짚어봤다.



1988년 영국에서 공정여행이 대두된 이래, 2009년 우리나라에서도 공정여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됐다. 공정여행 관계자들은 “지난 5년은 공정여행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으면서도, 여행상품으로의 재미도 만들어야 했던 고단한 싸움의 결과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공정이라는 감투만 썼을 뿐 똑같은 여행이라는 편견과 곧 망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여행사인 착한여행과 트래블러스맵의 사례로 공정여행 산업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수수료 10~20%, 수익성은 나쁘지 않은 편
-공정여행의 기준 확립과 사세확장이 관건



■공정여행 상품이 ‘다른’이유

트래블러스맵의 지리산 탐방 프로그램인 ‘숲속에서 떽떼구르르’상품은 “가스렌지도 성냥도 없을 때 무엇으로 불을 피울까? 숲속에서는 어떤 먹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하고 묻는다. 3박4일간 여행자들은 숲에서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지리산판 ‘야생의 법칙’이다. 착한여행의 ‘I♡LAOS’상품은 라오스의 전통 가옥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소수민족 마을에 들러 그들의 생활을 체험한다. 5성급 호텔도 화려한 즐길거리도 없는 심심한 여행 같지만 “그들의 삶에 가장 가까운 여행”이란다. 관광지를 구경하고, 편안히 쉬고, 준비된 음식을 맛보는 여행과는 확연히 다르다.

‘숲속에서 떽떼구르르’는 35만원,‘I♡LAOS’는 155만원이다. ‘숲속에서 떽떼구르르’는 심지어 숙소도 없이 침낭에서 밤을 보낸다. 일반적인 국내여행 상품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헉’소리 나는 가격이다. 보통 15명 이내의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돼, 항공권이나 숙박 등에서 크게 할인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여행 업체들은“일반 여행사 상품가격에 빠져있는 지상비나 유류세, 텍스 등을 포함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리 상품의 가격과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쇼핑 일정이 없고, 각종 추가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공정여행업체들은 순전히 소비자의 수수료로 그들의 수익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인 패키지 상품과는 달리 현지비용은 현지 정가 그대로 해당업체에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통 랜드사를 끼고 상품을 만드는 것과 달리 공정여행은 직접 현지와 연락한다. 현지의 어트랙션 업체와 직접 협상하거나 동등한 관계의 NGO, 마을 협동조합 등과 협력해 일정을 만드는 것이다.

■“뜻은 좋으나 곧 망할 것” 우려도

시장성이 아닌 상생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 공정여행은 높이 평가 할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상품이어도 가격이나 불편함 때문에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기 마련이다. 당연히 공정여행이 등장했을 때‘뜻은 좋으나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주변의 우려대로 두 회사는 사업 초반, 생각했던 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일례로 착한여행은 문을 연 2009년에 단 한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2012년에는 국내여행 부문에 뛰어 들었다가 손을 들기도 했다. 1만원, 2만원짜리 국내상품이 판을 치는 가운데 몇 십만원짜리 국내여행 상품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려 착한여행은 올해 국내여행 사업을 접었다. 트래블러스맵도 마찬가지다. 2011년 진행했던 제주도 피스보트 상품이 좌초되면서 적자를 봤다. 여러 예술계 인사들이 제주도로 가는 선상에서 환경영화도 상영하고 미술 워크숍, 공연 등을 해준다는 독특한 상품이었다. 상품의 의미와 회사 홍보에는 좋았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일정을 진행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모집하지 못했다. 필요했던 최소 인원은 500명이었다.

■매출 계속 높아져… BEP 넘어서기도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두 회사는 건재하다. 해가 넘어갈수록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 세 번 반복해 찾는 단골도 생겨났다. 착한여행에는 작년 약 1000여명의 여행객이 거쳐 갔다. 아직 수익이 높은 단계는 아니지만 여행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기대가 크다. 이 회사는 직원 3명으로 시작해 현재 8명, 곧 3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트래블러스맵의 경우에는 조금 더 규모가 크다. 10명으로 시작해 현재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작년 국내와 해외를 합쳐 약 7,000~8,000명이 트래블러스맵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덩치가 큰 여행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특수 여행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트래블러스맵 여행사업부 이해광 부장은 “작년 총 25억의 매출을 올리며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고 올해 목표는 45억”이라고 밝혔다.

품을 많이 들인 상품인 만큼 공정여행사는 상품가의 약 10~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10% 미만의 박한 수수료를 받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까지 감수하는 일반 패키지 상품과 비교했을 때, 공정여행 상품의 수익성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공정여행의 특수성에 맞춘 홍보

그러나 여전히 ‘모객’은 숙제다. 모객을 위해 무턱대고 홍보비를 쓰면 상품가가 오르고 상품가가 오르면 손님이 늘지 않는 악순환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반여행사와 비교해서 상품가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차이가 더 커질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일반 여행사처럼 신문광고나 키워드 마케팅만으로 손님이 쉽게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다. 공정여행을 찾는 소비자가 많이 다양화 됐다고는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아직까지 ‘특정 소수’에 머무르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트래블러스맵 이해광 부장은 “전면광고를 내더라도 노출되는 상품가가 여타의 패키지 상품에 비해 높기 때문에 광고 효과는 오히려 크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 일반적인 광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여행은 이미 이용했던 고객들의 소개를 받아 찾아오는 형식이 가장 많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정여행 업체들은 대형 광고보다는 바이럴 마케팅이나 프로젝트 형식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착한여행은 SNS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있으며 트래블러스맵의 경우에는 아름다운재단과 협력해 청소년 여행을 지원하는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성상 아주 큰 파급력은 없지만 상품가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여행, 분명한 트렌드가 될 것

현재 총 여행산업에서 공정여행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공정여행 업계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당장 공정여행 시장에 대해 일반인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고, 공정여행 업체의 꾸준한 성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또한 초기 마니아의 참여가 많았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공정여행에 대한 개념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도 공정여행 업체를 찾아오거나, 문의를 해오고 있다. 트래블러스맵의 이해광 부장은 2020년까지 공정여행을 전체 여행산업의 5%대로 확장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동등한 파트너들로 구성된 공정여행 체인화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이렇듯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윤리적 소비, 공유경제 등의 현재 시류에 공정여행의 의의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여행사들이 봉사활동 같은 일정을 기존 여행일정에 끼워 넣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아직까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일반 여행사들도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매진피스의 임영신 씨는 “공정여행은 당위적으로 일반 여행사로 확장될 것”이라며 “점점 여행자들의 태도와 행동에 대해 고려하는 논의가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상품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가치의 공유가 일어날 것”이라며 공정여행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정은 타 여행사와 똑같은데 공정여행?
상품 변화 추구…득인가 독인가

-휴양·액티비티 등 일반 상품과 비슷
-‘공정’하단 과정을 확인할 창구 필요

두 회사가 몇 년간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상품에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공정여행은 지루하다’는 오해를 깬 것.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봉사활동과 같은 교육적인 일정에 치중돼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정여행 상품들은 ‘재미있는 여행’과도 닿아 있다. 착한여행의 마케팅부 변지혜 팀장은 “일정을 좀 더 재미있는 방법으로 설명하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게끔 한다”며 “딱딱하게 사실만 설명할 때보다 부드럽게 어투만 바꿔도 여행자들의 만족도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기본적인 일정은 거의 변화가 없으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 변화를 준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 상품뿐만 아니라 휴양지 상품 또한 등장하고 있다. 트래블러스맵은 액티비티와 관광이 강화된 상품도 많은 편이다. 필리핀의 휴양지인 보홀 상품의 경우 일반적인 대형 여행사의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변화를 달갑게 보지 않기도 한다. 이름만 공정여행일 뿐 실제론 일반 여행사와 다를 바 없지 않냐는 것이다. 공정여행사들도 기본적으로 기업이므로 상품판매를 위한 또 하나의 전략으로 ‘공정’의 이름을 빌리는 것일 수도 있단 문제 제기다.

트래블러스맵의 경영기획부 임영준 팀장은 “일정은 비슷하지만 접근 방법에 있어서 공정 여행 상품은 다르다”며 “현지 업체(NGO나 공정여행단체)와 함께 장소를 섭외해서 일정을 만들어낸다”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 과정을 확인 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것은 문제다. 어떻게 일정이 만들어지고 실제로 여행비가 잘 쓰이고 있는지, 어디까지가 공정여행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실제로 공정여행을 다녀온 일부 여행자들은 과연 자신이 다녀온 여행이 공정여행이 맞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또 사회적 기업에게 주는 국가지원금이 끊기면 더욱 이윤창출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래블러스맵의 경우 “국가지원금이 초반에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었으나 사세가 확장한 지금은 지원금이 끊기더라도 회사 운영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정여행 네트워크인 이매진피스의 임영신 씨는 “공정한 여행을 도모한다는 본래의 뜻을 잃지 않도록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며 “지난 6월1일 열린 UNWTO 회의에서 공정여행의 기준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와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보완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공정여행 수칙
1. 지구 돌보기 (비행기 이용 줄이기, 물 낭비하지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 존중 (직원에게 적정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여행사 선택)
3. 성매매하지 않기
4. 지역에 도움 되기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음식점 이용하기)
5. 윤리적 소비 (과도한 쇼핑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
6. 친구가 되는 여행 (현지 인사말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7. 다른 문화 존중
8. 상대 존중·약속 지키기
9. 기부하기 (여행경비의 1%는 현지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출처 공정여행 가이드북 ‘희망을 여행하라’│ 임영신, 이혜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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